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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생리와 몸 - 폐경의 담론을 중심으로

사회자 | 조관용(편집장) 
토론자 | 신동근(신경정신과 의사), 홍현숙(작가)

△ 조관용(이하 조) ’신경 생리와 몸-폐경의 담론을 중심으로’이라는 주제로 홍현숙 작가와 신동근 정신의학과 의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홍현숙 작가는 2005년 대안공간 풀에서 개인전<풀과 털>, 2006년 관훈 갤러리에서의 <비니루방>, 2011년 에무<폐경의례>의 전시를 열었습니다. 2005년과 2006년의 전시들에서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여성, 집과 동일해지는 가정주부의 반복되는 삶을 그렸습니다. <폐경의례>는 “비나이다. 하나의 문이 닫히고 또 하나의 문이 열리니 아, 이제 나는 나를 막지 않으리 그만두지 않으리 한 마리 뱀이 되리니 자유로운 꼬리를 주소서 긴 혀를 날름거리며 호오이 호오이”라는 작가의 글에서 보듯이 기존 사회에 의해 배치된 삶에서 벗어나 탈주하는 법....여성의 몸을 통해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관념을 탈피하고자 하나의 주술과도 같습니다. 

△ 신동근(이하 신) 저는 대담과 관련된 이메일을 받기 전까지 홍현숙 작가의 작업을 잘 몰랐습니다. 

△ 조 홍현숙 작가는 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하였지만, 조각 보다는 설치 및 영상으로 확장하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1년 가을 광화문의 대안공간인 ‘에무’에서 폐경 이라는 주제로 한 <폐경의례>의 전시는 남성인 저에게는 자연스럽게 바라보기에는 많이 낯선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뿐 만 아니라 전시 뒤풀이에서 가족이신 남성분이 있었는데, 그 분도 전시와 관련해 많이 곤혹스러워 것 같았습니다.

△ 신 <폐경의례>는 직접적인 경험을 소재로 하신건가요. 혹시 연세가? 

△ 홍현숙(이하 홍) 폐경은 나이로 말하기보다는 여성마다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폐경의례는 그 당시의 제가 맞이한 낮선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신 폐경과 관련한 미술 작업을 하실 때 선생님의 느낌은 어떠하셨는지요? 

△ 홍 저는 상당히 당황했습니다. 폐경하기 전에는 몸에 대해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몸은 그저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사용하는 일종
의 도구, 즉 마음이 언제든지 부려먹을 수 있는 종속물로 생각했었죠. 몸을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제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매개물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죠. 애기 낳을 때 한 번, ‘(내 몸이) 전세대와 후세대의 연결고리일 뿐이 구나’를 잠시 느낀 것을 제외하고는 몸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3년 전, 노르웨이에 있는 레지던시를 지원해서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너무 춥고 적응하기가 어려워서 그런지 3개월 있었는데, 다녀오고 나니 폐경이 찾아왔습니다. 2011년 1월부터. 보통은 폐경기의 징후를 거치고 나서야 폐경이 찾아오는 데, 저에게는 그런 징후들이 없이 바로 찾아온 겁니다. 처음에는 여성이라는 어떤 제약을 이제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잠시 일뿐 몸의 이상 증상.....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걸리는 대상포진, 탈모 불면증의 증세 등이 찾아온 것입니다. 그 전에 어머니나 언니들이 아무도 나한테 이러한 증상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면, 폐경을 좀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고, 폐경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였죠. 우리는 흔히 여성의 폐경에 대해 의미 있다고 말하지 않으며, 의학 분야의 발전으로 수명은 길어졌습니다. 지금의 연령으로 추정해 보건대 여성이 폐경 이후 30년에서 40년은 수명을 더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여성들이 폐경 이후의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입니다. 그래서 폐경을 맞이한 여성들은 사회가 짊어준 삶의 짐을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요. 
우리 사회가 짐지게 한 삶에 대해 더 용감하게 박차고 나와 다른 삶을 살아보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갖게 되었습니다. 저의 ‘폐경의례’에 참여한 사람들은 고등학교 동창들인데, 자신들의 이야기들을 전시를 통해 펼쳐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이미 중년에 접어든 여성들이 이런 전시에 참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번 ‘폐경의례’ 전시를 하고나니 조금 더 자신이 생겼습니다. 올해 연희동에 사는 여성들을 중심으로 42분짜리 장편 영화를 찍었습니다. 10명의 아줌마들이 자신의 일상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묶은 거지요.

△ 신 폐경과 관련된 작업인가요?

△ 홍 폐경을 주제로 하지는 않았어요. 폐경을 맞이해야 할 40대의 여성과 폐경을 맞이하는 50대의 여성, 그리고 폐경이 끝난 60대의 여성들이었죠. 폐경이라는 주제에 한정되면, 아무래도 이야기의 폭이 좁아질 것 같아서요. △ 조 생리나 폐경이란 단어는 우리 사회에서 쉽게 언급되지 않은 담론입니다. 사회생활에서 여성들에 대해 갑자기 대화를 하다가도 ‘왜 저러지’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물론 여성들과 남성들 중에 그러한 상황을 잘 이해하는 분도 있지만, 남성들 중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상황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그러한 상황에 대해 남성들이 몰라도 된다고 말할 수 있지만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러한 담론의 부재는 소통, 말하자면 일종의 하나의 소통의 단절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별 문제가 아니라고 말할 수 도 있지만, 이 문제는 남성과 여성과, 아빠와 딸, 엄마와 아들, 말하자면 가족 상호간의 단절을 지니고 있으며, 가족 간의 소통의 단절과, 분열의 원인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현상은 가족들 간의 설명할 수 없는, 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이해를 하겠지만요. 하지만 그 시간만큼 서로 단절될 수 밖에 없는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 홍 폐경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생리에 대해 남성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여성은 생리를 할 때, 갑자기 도벽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성들이 생리를 하면서 흔히 그런 강박적 이상 심리를 겪곤 한다고 합니다. 폐경을 하게 되면 그런 심리적 현상 같은 것도 자연히 없어지게 되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 조 폐경과 갱년기는 다릅니까?

△ 신 폐경이라고 하는 것은 생리가 끝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폐경 즈음 1년 정도,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모두 합하여 갱년기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폐경을 하게 되면, 홍 선생님처럼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폐경은 얼굴이 화끈거리거나 신체적으로 다른 이상 증상을 동반하면서 옵니다. 말하자면 여성 호르몬분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증상을 겪으면서 갑작스럽게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오는 데, 의학용어로 ‘갱년기 우울증’이라고 정의내리며, 그 증상은 불안, 초조를 오락가락하며 감정이 요동치게 됩니다. 

△ 홍 제 경험에 비추어 보건데, 여성들이 폐경이 맞이하기 전에 그러한 상태에 관해 이미 잘 알고 대비하고 있다면, 그리 당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폐경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여성의 생리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딸이 생리를 시작하면, 부모들이 축하를 하며, 꽃을 선물하기도 합니다. 

△ 신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엄마가 딸한테도 생리 현상에 대해 가르쳐 주지 않아 심리적으로 많은 혼란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 특히 엄마도 생리 현상에 대한 교육을 해서 많이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 홍 하지만 아직 그러한 생각들이 보편화되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은 여성의 생리에 대해 편하게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 사회에서 폐경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든 하나의 의례를 치르다 보면, 여성들이 급작스럽게 오게 되는 우울증이나 또는 다른 (심리적인) 현상들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신 혹시 홍 작가님은 폐경자체에 대해 다른 여성분들과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었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힘드셨던 것인가요? 아니면 생리를 한다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여성성과 관련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이제는 여성으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힘드셨던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 홍 별로 그렇지는 않았어요. 저에게는 새삼스럽게 ‘여성성’이 중요하지는 않았고 폐경에 의헤 새롭게 탈바꿈하는 ‘몸’ 자체에 더 주목했던 것 같습니다. 

△ 신 임상의학적으로 보면 여성들이 폐경을 하게 되면 피부탄력이 라든가 또는 성교시에 성적인 윤활제의 역할을 하는 생리적인 현상들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불편함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제가 임상의학적으로 관찰해 보았을 때 실제적으로는 폐경 때문에 성적인 매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폐경이 여성에게 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긴 합니다만, 폐경이 그 자체로 여성으로서 매력이 떨어지거나 여성의 성적인 감성을 없앤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여성의 본성이라고 할까요. 가끔은 여성들이 폐경이 올 즈음하여 외도나 강렬한 성교를 하길 바라는 현상들이 일어나는 사례들은 있습니다. △ 홍 그런 예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느 한 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폐경 직전에 자기의 남편 친구를 보면서 이전과는 달리 몸이 달아오르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분은 ‘폐경이란 말에 대해 남사스럽게 뭘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할 만한 것이냐.’라고 말을 하는 분이였지만요.

△ 신 저는 홍 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성이 초경, 폐경 등과 같은 현상들은 여성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초경이니 폐경이니 하는 말은 여성이 성인이 되어가고, 노년이 되어가는 것을 의미하며, 달리 말하면 그것이 결국 여자의 인생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인간이 성장하고 늙어 죽어가는 단순한 생리 현상임에도, 그것을 일상의 삶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이지만 사회 문화 현상으로 인해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현상과 마찬가지로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이 은폐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 조 그렇습니다. 

△ 신 우리 문화와는 달리 서양 미술에서 보면 할머니와 손녀에 이르는 3대가 함께 누드모델을 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집에다 해골을 가져다놓고 정물화를 그리는 것을 보면 죽음에 대해서도 가족들 간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 홍 서양만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도 분명히 그런 철학이 있었지만, 근대에 들어서 특히 죽음이라든가 여성의 생리 등, 보다 음적인 현상 들 중 많은 것들이 은폐되었죠. 

△ 조 그렇습니다. 우리는 금기가 많은 사회입니다. 제가 얼마 전 미술 치료에 대한 수업을 경청했을 때 어린아이들이 집에서나, 또는 학교 선생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하지 말라’는 내용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어린 시절부터 ‘하지 말라’라는 금기부터 배우는 것은 아닐까요. 

△ 홍 네. 우리 사회에서 그럼 금기사항들을 벗어나 조금이나마 일탈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것이 굿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인 1960년대만 해도 동네에서 굿판이 많이 벌어졌으며, 1970년대에도 간혹 그런 현상을 볼 수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굿판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사실 그때는 조금 우울하거나 정신적으로 어떤 이상 증세를 느끼면 동네에 있는 무당을 찾아가는 것이 자연현상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진도에 굿하는 장면을 보러 갔었습니다. 밤새 무당이 굿을 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하나하나 불러내어 위로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예전에는 무당이 굿을 하면서 사람들을 위로해주던 바로 그것이 지금은 정신과 의사의 역할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몽골에 갔더니 우리 사회와는 달리 샤머니즘 정신이 남아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저는 몽골의 초원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마치 어떤 세례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 조 네. 샤머니즘이라는 것은 일종의 미신이 아닙니다. 종교학자인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기독교의 사제와 마찬가지로 원시부족의 제사장도 동일한 신의 매개자로 보았습니다. 

△ 홍 우리 샤먼이든 여타의 종교든, 또는 정신과의 영역이든, 보이지 않는 영역을 보다 확장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조 임상의학에서 몸의 변화가 정신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되고 는습니까? 

△ 신 정신과에서는 ‘정신은 뇌가 기능하는 신경세포의 일부다.’라고 말합니다. 아기들이 자신의 몸을 인식하면서부터 몸을 탐색하고 자기 인식을 하게 되는 데, 바디에고(Body ego: 신체자아)라고 말합니다. 신체자아에서 출발한 자아(정신)은 훗날 훨씬 더 복잡하고 세련되기는 하지만, 항상 몸하고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에 (정신이)어떤 위기를 겪게 되면, 몸의 변화를 동반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몸이 아픈 것은 ‘너의 몸을 통해 정신을 잘 들여다보라는 신호인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한 것을 모른 채 배만 아프다든가 또는 머리만 아프던가 하는 일부분의 증상만 인식하게 됩니다. 

△ 조 우리 사회 통념상 몸이 아픈 사람들이 정신과를 방문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 의사에게 오는 환자분들은 어떤 경로로 오게 되나요?

△ 신 대부분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고 해서 오는 것보다는 불면증에 시달릴 때 정신과를 찾습니다. 약간의 화병은 정신과에 오지는 않고 내과, 가정의학과에 갑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경우에는 정신의학과에 오는 것이 보다 그 증세를 완화시킵니다. 물론 대부분의 환자분들은 ‘내가 지금 정신이 이상하다는 겁니까?’라는 격한 반응을 보이며 거부하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제가 담당한 사례 중에 하나의 예를 들면.....여성들은 친구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만나는 일을 중요시 여깁니다. 굉장히 친구들끼리 위로도 많이 받지만 상처도 많이 받습니다. A라는 친구 잘해줬는데, B한테 들어보니, A가 나를 욕한다는 얘기를 듣게 되는 순간 억울하고 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 분들이 상처받지 않게 도와줍니다. 일상생활에서 수다의 많은 부분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평가할 수 있는데, 남이 나를 나쁘게 평가하는 것은 싫어합니다. 이 논리는 자가당착적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런 경우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럼 저는 그 분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줍니다. 10명의 사람이 있다고 칠 때 반수 이상이나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인생을 굉장히 잘사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10명 모두가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은 오히려 인생을 잘 못산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긍정적인 평가를 위해 나와 내 가족은 보살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더 심한 상처를 받는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저는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들어주는 역할만을 하게 됩니다.

△ 조 마음의 상처를 받을 때 당사자는 그 상황을 그대로 수긍하라는 말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몸의 이상 증세는 임상의 학에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요?

△ 신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한데, 여자분들의 경우 연극성 인격 장애라고 분류하는 데 과도하게 예뻐 보이려고 할 때 몸의 증상이 훨씬 더 잘 나타납니다. 인격적으로 미숙하거나, 교육적으로 미숙한 사람일수록 몸의 이상 증상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극단적으로는 몸이 완전히 마비된다거나, 말을 완전히 못하게 되거나, 눈이 갑자기 안 보인다거나, 두통, 불면, 소화불량, 구토, 목구멍 마비 등을 동반합니다. 결국 마음의 상처가 몸의 이상증세로 나타나게 됩니다. 

△ 조 다양한 증상들로 오는 데, 그러한 증상을 해소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홍 제가 생각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해도 많이 해소될 것 같습니다. 

△ 신 네 저는 그분들과 같이 동감을 하면서 가끔은 제가 더 화를 내기도 합니다. 

△ 조 예전의 무당의 역할과도 같네요.

△ 신 의학적인 지식을 지닌 현대판 무당이라고 할 수 있죠.

△ 조 환자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면, 환자분들과 같이 정신적으로 힘들지 않을까요. 

△ 신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진료실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모두 잊어버립니다. 

△ 조 정신과 치료를 함께 받아야 하는 데, 몸의 증상만을 치료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 경우, 그 환자분들의 경우는 어떻게 공조를 하여 치료를 합니까?

△ 신 의사들 따라 다릅니다. 정신과와 관련된 증상으로 진단하고 보내는 의사도 있는 반면에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 조 의학 학회에서 정신과와 내과가 공조하여 연구한 논문들이 많이 있습니까?

△ 신 아직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각 과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현재는 불가능합니다. 아직은 자신의 분야를 연구하는 논문들이 대부분 입니다.
△ 조 말씀하신 데로, 정신과와 내과가 공조하여야 병의 근본 원인을 해명하고 완치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신 물론 지금도 병에 따라 서로 공조를 통해 진단하여 치료하기는 합니다. 그것이 자문 의료시스템이죠. 내과 증상과 함께 정신적인 증상도 있으면, 정신과 의사도 진료를 봅니다. 

△ 조 정신병이 관계적인 믿음의 분열에서 일어나고 그러한 관계의 믿음을 회복해 주는 것이 정신과 의사가 하는 역할과도 같습니다. 그렇다면 환자가 치료하는 과정이나 치료하고 난 뒤에도 의사에게 전적으로 의지를 하지 않을까요.?

△ 신 그것도 의사마다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환자가 저에게 의지하는 것을 가급적 억제 하고 자신을 의지하도록 유도합니다. 

△ 조 하루에도 환자분들을 많이 만나실 텐데 힘들지는 않습니까?

△ 신 정신과는 다른 의학 분야와는 달리 의사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저는 심리적으로, 체력적으로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퇴근 후에도 밴드 활동을 하고, 운동도 합니다. 

△ 홍 그동안 여러 가지로 힘든 것도 있었지만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막상 나이가 들어가니까 예술 분야에 종사한 것이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 신 저도 일주일에 한번 씩 음악 연주도 하고, 편곡도 합니다. 미술도 좋아해서, 미술애호가로 활동하는 상황이고요. 실제로 정신세계와 예술은 매우 밀접하게 관련이 있습니다. 정신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의하면 의식, 무의식으로 나누고, 융은 무의식을 집단적 무의식까지 분류하였습니다. 융의 이론에 의하면 창작은 인류가 태고 때부터 이어져 온 집단적인 무의식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 조 그런데 예술에서의 창조의 행위는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에 의하면 무의식적인 행위이지만, 제가 연구한 신지학의 이론이나 그 밖의 미학 이론에서는 의식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무의식적인 행위와 의식적인 행위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엄연히 다르지 않을까요. 

△ 신 제가 생각할 때 무의식적인 예술 행위와 의식적인 예술 행위를 두 부분을 다 고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예술 행위에 있어서 무의식 부분을 보자면 달리 작품에서 나타난 여인의 모습입니다. 달리 작품에 표현된 부인은 달리보다 연상의 여인입니다. 이 사람이 왜 연상의 여인을 좋아했는가의 문제는 달리의 어머니는 달리의 형이 죽고 나서 달리에 게 너무 집착을 하였지요. 달리는 그러한 상황이 숨이 막혀서 탈피하고자
했는데, 결국은 어머니와 같은, 다시 말해 아이가 있는 여자를 택한 것입니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고 무의식적으로 엄마의 성향을 지닌 여인을 찾아
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죠. 하지만 대담의 내용이 몸과 정신과의 상호 관계를 다루고 있는 것이기에 홍 작가님의 작업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게 맞을 거 같네요. 

△ 조 <폐경의례>의 전시에서 <폐경, 폐경>의 작품은 첫 장면이 대야 속에 뻘건 경혈이 묻은 개짐으로 시작하며, 전시 도록의 겉표지나 전
시 작품들을 펼쳐보고 나면 빨간 색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개짐과 빨간 색은 전시를 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떤 연관이 있나요?

△ 홍 이번 전시에서는 피가 중요했어요. 붉은색은 감각적으로나 또는 의미적으로 여러 가지 느낌이 듭니다. 생리는 여성의 몸에서 정자를 받으려던 난자를 버리는 것입니다. 제 작업에서 개짐을 던지는 영상이 있습니다. 그런 촉각적인 느낌? 실제로 저는 어느 순간에 생리대를 버리고, 개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사회학이나 생태학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그저 한번 써보고 싶었습니다. 생리대를 쓰는 것과는 달리 개짐을 빨고, 널고, 말려서 다시 하얗게 된 천들을 예쁘게 개는, 그런 과정들의 느낌이 저에게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는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일종의 종교적인 정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았습니다. 개짐을 사용하면서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의 중요성을 체험하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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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현숙 개인전 <폐경의례> Installation View



△ 조 개짐을 사용하면 생리가 종교적인 정화의 느낌이라는 의미는......제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말하자면 “생리대를 쓸 때는, 내 몸이 귀

찮고, 생리가 쓸데없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짐을 사용하면서 부터는 생리가 삶의 하나의 순환과정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생리는 쓸모없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몸을 통해 나 자신을 인식하는 하나의 과정이다”라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인가요. 


△ 홍 네, 나이 들면서 점차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겠지만, 개짐을 사용하면서 천천히 이루어지는 어떤 수행의 과정을 통해 그런 인식의 전환이 가능해졌던 것 같아요. 


△ 조 일회용으로 사용하는 생리대가 그러한 생각을 가속화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 신 일회용의 음식들이 먹게 되면 “한 끼를 때운다.”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인생도 때우는 것으로 확장해서 생각할 수 있지요. 


△ 조 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정성을 들여 손수 밥을 해서 혼자 먹거나 또는 누군가와 먹을 때와 허기지기에 밥을 먹을 때의 느낌은 다른 것 같습니다. 그것은 마치 식사가 종교적인 의식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데, 개짐도 홍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까 마치 그와 같은 것 같습니다. 


△ 홍 네, 폐경을 했으니, 그동안 그 일에 썼던 에너지를 좀 더 바깥으로 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노숙자를 도와준다거나 버려진 어린 아이들

을 돌봐준다거나 또는 그 밖에 여러 가지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신호로 보면 어떨까…. 


△ 조 하지만 그러한 생각들은 젊었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사회 분위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는 폐경이 오면 

‘나 이제부터 뭐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흔하지 않을까요. 정신적인 혼란이나 또는 아들이나 손자 기타 등등의 다른 부분에 더 집착하지 않을까요.

 

△ 홍 그렇기에 <폐경의례>는 그런 혼란이나 집착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시선으로 돌리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폐경이라는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데, 사람들에게는 저마다 그것을 자연스럽게 수용할 계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어느 날 생리대를 버리고, 개짐을 갑자기 쓰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소한 행위이지만 생리라는 현상을 통해 저 자신을 성찰하고, 삶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부유하지 않고 깊이 뿌리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신 예 사회적으로 초경이나 폐경을 축하해주는 캠페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폐경과 관련하여 정신적인 혼란이나 집착에 대한 부분을 다른 데로 돌리는 데에 진화론적인 이론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동물은 폐경을 거의하지 않으며, 인간만이 폐경을 하죠. 폐경에 관해 학자들 간에는 많은 이견이 있지만, 폐경은 인간이 직립 보행을 하면서 출산이 어려워진 데에서 기인합니다. 원래 4발로 걸을 때는 산도가 1자이다보니, 쉽게 낳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1자가 아니라, 산도가 c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고 뇌가 커졌기에 출산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렇기에 여성이 50세가 넘어가면 신체적인 확률로 산모도 죽고 애도 죽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나이를 먹을수록 애를 낳는 것보다는 안 낳는 쪽으로 진화를 하였을 것이고, 내 아들이나 내 딸의 아이를 돌봐주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진화하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내 유전자가 세대를 넘어 전달되는 것이니까요. 애를 낳는 것은 멈추었지만, 내 새끼의 새끼를 돌보는 것으로 전환이 된 거죠. 그러한 전환이 좀 더 사회적인 관점으로 진화해간다면 홍 작가님의 작업과 상통하게 됩니다. 


△ 조 ‘폐경의례’의 전시를 하신지 1년이 흘렀습니다. 그간의 작업은 <폐경의례>의 관점을 연장하여 진행하고 있는지요. 아니면 다른 관점의 전시를 준비하고 계신지요?


△ 홍 올해는 40대에서 60대까지의 여성들과 인터뷰도 하고 42분짜리 영화도 한편 만들었습니다. 폐경을 주제로 한 것은 아니지만, 40대에서 60대까지의 여성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주제로 하고 있기에 폐경과는 전혀 별개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인터뷰를 했을 때 그들 스스로 소외받고 방치되었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습니다. 폐경 할 즈음의 여성들은, 아이들이 공부를 마치는 시기이고, 그렇기에 가족을 돌보는 시간 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 많게 됩니다. 영화 제작이 끝날 즈음에, 그들 중의 한명은 집을 나와, 알바를 시작하더라고요. 아쉬운 점은 그 돈을 자신보다는 남편의 양복을 해주는 데 썼다는 것입니다. 


△ 신 아쉽네요. 


△ 홍 <폐경의례>의 전시가 1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몸과 관련된 작업을 계속하게 될 것같습니다. 그동안 돌보지 않았던 내 몸을 돌보면서 그것들을 통해, 변해가는 심리적인 변화들을 작업으로 옮겨놓을 것입니다. 


△ 조 <폐경의례>는 홍 작가의 말을 빌려 이야기하자면 자기의 몸과 마음을 돌보는 것이자 동시에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하나의 의례이네요. 또한 자신의 몸을 돌보듯이 타인의 몸도 똑같이 대하는 것이기도 하구요. 신 의사께서는 폐경을 주제로 대담을 해 보신 적이 있나요? 


△ 신 처음입니다. 그런데 신선한 느낌입니다. 폐경의 담론은 추하다기 보다는 숭고함까지 느껴졌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 쉽게 드러낼 수 있는 담론이 아닌 데 예술의 영역에서 먼저 전시를 통해 담론을 제기해주시니 앞으로 의학이나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공개적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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