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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테이블 2부 - 미술계의 ‘백만 관객’ 시대를 향해서

일 시 : 2014년 11월 30일(일) 오후 18:10 - 19:00
장 소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동 708-2 쌀롱 아터테인
참석자 : 웹진 <미술과 담론> 조관용 편집장 임대식 수석기자
김가영 기자 김민경 기자 김유진 기자 신미선 기자
사회자 : <미술과 담론 채널> 류병학 수습기자


‘미디어아트’비엔날레가 아닌 ‘세마’비엔날레

류병학 그럼 이번에는 부산비엔날레가 폐막한 바로 그 다음날 23일 폐막한 미디어시티_서울에 대한 논의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미디어시티_서울을 직접 취재하신 김유진 기자께서 먼저 총평을 해주시겠습니까?

201405_36.pdf_page_25_1.jpg


김유진 미디어시티_서울은 일단 일반적으로 다른 비엔날레보다 평은 훨씬 좋긴 좋더라고요. 주제가 부산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는 모호했다면, 미디어시티_서울은 감독이 전달하려는 바가 명확했다는 평이 많았는데요. 명확할 수밖에 없었던 게, 박찬경 감독이 원래 계속 가지고 있던 관심사였고, 준비기간도 1년 반 정도로 다른데 보다 길었다고요. 그래서 더 완성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아쉬운 점도 많죠. 1층, 2층, 3층 이렇게 나눠놨는데 사실 어떤 기준에서 나눠났는지 모호하다는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작가 1인이 출품한 작품 수가 다른데 보다 많아요. 그러니깐 한 사람당 한 두 점씩 출품한 게 아니고 1인이 3점, 4점씩 출품한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많이 출품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된 경우에 하나 정도는 주제에 부합하는데 나머지 하나는 주제에 부합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끼워 넣은 작품들 때문에 주제 전달에 장애가 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솔직히 처음에는 이해가 잘 안됐어요.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고. 하지만 '사진으로 보는 비엔날레'를 작성하면서 작품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니 ‘감독이 굉장히 노력도 많이 하고 계산도 많이 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지금 당장 생각이 잘 안나니 나머지는 같이 얘기하면서 얘기했음 좋겠어요.

류병학 자, 이번에는 조관용 편집장께서 미디어시티_서울에 대한 총평을 해주시겠습니까?

조관용 전시는 여타 비엔날레보다는 구성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마비엔날레가 지향하고 있었던 미디어의 방향과는 전혀 다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내러티브 쪽에 중점을 뒀을까?’라고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전시였습니다. 그리고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에 대해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귀신, 간첩, 할머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편견을 되짚어 보는 자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3개의 주제들을 서로 통합하여 하나의 의미를 가지고 이해하고자 했을 때는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조금은 억지스러움을 느끼게 합니다. 이러한 예를 들자면 작가들의 성향과는 달리 작가들이 이번 비엔날레에 맞춰 작업을 한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마비엔날레의 방향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과 그에 대한 예술가들의 새로운 시각들을 통해 예술의 정신을 재해석해 보는데 있었는데… 그러한 시각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쉽습니다. 게다가 현대 미술의 담론이 몸과 정신을 분리한 시각이 아니라 몸과 정신이 일체화되는 논의들이 많
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김민경 기자의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민경 네, 전체적으로 비엔날레라기보다는 하나의 기획전을 보는 것과 같았습니다. 전시기획자가 오랜 노력과 연구가 전시기획울 위해 이루어졌고 이를 잘 직조를 했다는 느낌이랄까요. 주제와 제목은 기발함이 묻어나는 특별한 전시였는데요 그렇지만 비엔날레의 특성상 많은 작품을 수용해야 하는데 제목과 주제 자체에 너무 몰입하다보니 심지어는 미술 전공자조차 미디어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에 왜 이러한 작품이 와야 하는지, 이러한 여러 혼돈스러움이 유발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기획자의 세심한 의도를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 오히려 전체적인 작품 감상의 흐름에는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이 대중성을 많이 지향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번 비엔날레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약간 버거웠던 
느낌이 들었습니다.

류병학 ‘사진으로 본 미디어시티서울’에 대해 임대식 수석기자께서 한 말씀 해 주시겠습니까?

임대식 사진으로 보는 비엔날레 편집을 너무 잘 해주셔서 각각의 비엔날레가 한 눈에 들어오네요. 그런 의미에서 세마비엔날레는 사진 전체적인 색감이나 느낌들이 품에 어떤 질이라든가 느낌들이 색감이 굉장히 안정적이네요. 미술관의 장소적 특징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시립미술관이 가지고 있는 장소적 특징 때문에 세마비엔날레가 다른 비엔날레 보다 안정적인 디스플레이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 같은 경우는 자연스러운 동선을 구획하기가 쉽지 않죠. 부산은 또 너무 단순하고 공간이. 그리고 각각의 비엔날레가 각각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 역시 고민되어져야 할 것 같아요. 특히나 미디어아트를 지향해 왔던 ‘미디어시티_서울’이 ‘세마비엔날레’로 이름이 바뀌면서 처음에 있었던 비엔날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잡은 것 같긴 한데, 그게 과연 얼마나 이번 전시를 통해 앞으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인 것 같아요. 주제 면에서도 너무 일회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도 있습니다.

조관용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부산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세마 비엔날레가 모두 각 지역을 대표하는 미술관을 주된 장소로 해서 전시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습니다. 미술관의 전시와 비엔날레의 전시는 다소 다른 데, 왜 미술관에서 주로 전시하는지…

임대식 그건 지자체의 어떤 행정이나 정치 이런 문제하고 긴밀하게 연결된 것 같긴 한데, 사실은 편집장님 말씀대로 비엔날레가 각 국제적인 미술현장들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면 사실 공간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관용 세마비엔날레는 시립미술관보다는 보다 야외로 확장해서, 예를 들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좋지 않을지. 이런 부분은 조금 아쉽습니다.


류병학 그러면 김유진 기자, 상암동의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상영했던 영상 작품들은 어땠나요?

김유진 영상으로 상영한 작품은 직접 가서 보진 못했고요. 영상 상영 같은 경우, 비엔날레가 개최가 되는 3달 동안 내내 상영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섹션을 나눠서 일주일은 미디어시티_서울에서 선정한 한 섹션을 상영하면 그 다음 주는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다른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에, 보고 싶은 작품을 시간을 맞춰서 보러 가기가 굉장히 힘들고 접근성도 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영화박물관 안에 설치된 작품 2점을 볼 수 있었는데, 기존 영화박물관 전시가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작품을 중앙에 설치해서 작품이 돋보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굳이 작품이 영화박물관에 설치되어야만 했을까요? 두 작품이 영화와 연관성이 있긴 하지만 영화박물관에 설치함으로 인해 특별히 의미를 더하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김가영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는 이전 비엔날레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좀 들어서 아쉬웠습니다. 지난번 라운드테이블 때 잠깐 얘기가 나왔던 부분인데, 박찬경 감독님이 인터랙티브 요소는 배제하겠다고 하신 것처럼, 전시가 관객과 소통한다는 느낌보다도 어떤 키워드를 던지는 느낌으로 전시가 이뤄졌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전시 공간 활용이나 연출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을 쓴 느낌이었고, 관람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지가 명확했던 전시였습니다. 그런 부분에서는 몰입할만한 요소가 많았던 전시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세마비엔날레에 앞서 '미디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고 얘기했었는데요. 이번 비엔날레에 영상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미디어시티_서울'이라는 타
이틀, 비엔날레의 특성을 놓고 생각해 본다면, 좀더 다양한 미디어들을 가져와서 <귀신, 간첩,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갔다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류병학 김유진 기자, 아까 말씀하시던 중에 미디어시티_서울에 대해 논의하다가 보충할 것이 있으면 하시겠다고..

김유진 생각나는 아쉬운 점들을 앞서 다른 분들이 많이 언급해주신 것 같습니다.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특성이 사라진 점이라던가, 기획 전시 같은 느낌이 드는 점 등은 저도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맨 처음에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말씀을 드린 것 기억나시나요? 제가 감독님과 인터뷰했을 당시, 감독님 본인은 애초에 비엔날레 감독으로 초청받은 것이 아닌, 서울시립미술관의 외부기획자 초청 전시 건으로 초청받았다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박 감독님의 원래 관심사였던 '아시아고딕'을 주제로 기획전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고요. 그런데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이 주제로 미디어시티_서울을 해도 괜찮겠다고 역으로 제안해서 2014년 미디어시티서울이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로 열리게 된 것이죠. 따라서 이번 비엔날레는 미디어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한 비엔날레가 아니기 때문에 미디어아트의 특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추측됩니다 대신에 전시장에서는 주제를 미디어 쪽으로 풀어낸 작업도 많이 집어넣는 노력을 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전시에서 기존에 작가라고 부르지 않는 사람들의 작업이나, 현대미술이 아닌 작품들도 다수 만나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전자는 무당과 할머니에 대한 아카이브성 작업이고요, 후자는 조선시대 미술, 민중미술 등도 포함 되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현대미술 중심인 비엔날레의 특성을 떨어뜨리는 반면에 전시의 주제를 견고하게 뒷받침 해주는 요소인데요.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평가도 엇갈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관객으로부터 외면 받은 대한민국 비엔날레

류병학 잘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비엔날레의 수익에 관해 평가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비엔날레는 일종의 ‘블록버스터 국제전’이기 때문에 적잖은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국내 언론은 국내 비엔날레가 폐막하면 제일 먼저 방문객 숫자를 헤아립니다. 방문객 숫자가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이죠. 물론 여기서 말하는 방문객은 ‘유료’방문객을 뜻합니다. 자, 그렇다면 이번 대한민국 4대 비엔날레의 방문객 현황을 먼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여타의 비엔날레보다 가장 짧은 기간 동안 개최되었던 대구사진비엔날레 방문객 현황에 대하여 김가영 기자께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가영 대구사진비엔날레는 38일 기간 동안 진행되면서 10만 5천명이 방문했다고 해요. 사단법인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료관객만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 2012년 행사 때 9만 4천명이었기 때문에 올해 만 천명이 더 늘어났다는 것이죠. 그런데 올해 10만 5천명이 아니라 15만명 가까이 된다는 말도 있어요. 그 말의 진의는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 경우 '만인소 - 소소한 행복사진관'이라고 시내 한복판에 대형 걸개사진을 걸어 놨거든요. 그것을 본 사람들. 그리고 대구시내 식당에서 개최된 사진전에 방문한 관람객을 따지면 대략 15만명이 되지 않느냐는 것이죠.

류병학 잘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유료관객은 10만 5천명인 셈이군요. 자, 그럼 이번에는 광주비엔날레 방문객 현황을 알아보지요. 김민경 기자, 광주비엔날레 방문객은 얼마나 되었나요?

김민경 광주비엔날레는 폐막하고 보도자료를 보니 20만명으로 표기를 했고요. 2년 전보다 감소했다고 합니다. 관람객 감소 이유로 첫 번째로 특별전의 ‘세월오월’ 작품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도 관람객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과 두 번째로는 광주시에서 무료로 배포하던 초대권을 줄였기 때문에 무료 관람객이 적었다는 것을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로 든 이유는 그다지 설득력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류병학 제가 듣기로는 광주비엔날레는 66일간 전시를 진행하면서 18만명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18만명이 모두 유료인지 거기에 또 초대되어서 온 사람도 있는 건지 불분명하더군요. 김민경 기자, 혹 정확한 유료관객수를 아시고 계십니까?

김민경 잘 모르겠어요.

류병학 그렇다면 이번에는 부산비엔날레 방문객 현황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신미선 기자, 부산비엔날레 방문객 현황 알려주세요
.
신미선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18일을 기준으로 해서 22만 51명으로 집계가 됐습니다. 그 중에서 유료 전시장 관객수가 12만명으로 집계가 됐는데 2012년 부산비엔날레와 비교해 봤을 때 전체적으로 관객수가 30% 감소하였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조직위는 64일간의 최종 관람객 수를 약 24만명(유료관객 14만명)으로 예상했습니다. 방금 대구사진비엔날레 유료관객이 10만명이라고 하셨죠?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유료관객 차이가 2만명뿐이라는 건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터무니없게도 세월호 참사 또는 에볼라 바이러스 전염 우려를 2014 부산비엔날레의 관객수 감소 원인 중 하나로 들고 있었습니다. 관객수의 감소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시작된 전시감독 선정에서부터 시작하여 일부 부산미술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보이콧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전반적으로 부산비엔날레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던 전시감독의 자질과 전시감독 선정 이후 과연 짧은 전시 준비기간 동안 전시감독의 기획 의도가 비엔날레에 잘 반영이 되었을까라는 의문은 역시 관객수에서 나타난 것 같습니다.

류병학 잘 들었습니다. 자, 이번에는 세마비엔날레의 방문객 현황을 알아보죠. 그런데 세마비엔날레는 다른 비엔날레와 달리 유료가 아닌 무료였습니다. 따라서 세마비엔날레는 수익의 부담을 덜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김유진 기자, 세마비엔날레의 방문객 현황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유진 관객 수는 약 12만 8천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정확히 127938명) 그런데 대구, 광주, 부산은 패키지 티켓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패키지 티켓을 구매한 경우에 전시를 꼭 보지 않았어도 중복으로 체크된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부분은 감안을 좀 해야 될 것 같아요.

류병학 세마비엔날레의 무료 방문객이 약 12만 8천명이라면 부산비엔날레의 유료 방문객 수와 큰 차이가 없는 셈이군요. 더군다나 행사 기간이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방문객 수와 비교한다면 ‘성적’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방문객 현황만 본다면 대한민국 어느 비엔날레도 지출에 비해 수익은 초라합니다. 한 마디로 국내 비엔날레는 시민들에게 외면 받는 비엔날레라는 지적에 자유롭지 못할 것 같습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비엔날레가 시민에게 외면 받고 있다면, 이 점은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대한민국 비엔날레의 부실한 운영시스템

류병학 자, 이번에는 비엔날레의 운영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구사진비엔날레 운영 시스템에 관해 알아보도록 하지요.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도를 보면 조직위원회와 운영위원회 그리고 사무국이 있더군요. 그런데 조직위원회가 ‘사단법인’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그것이 일종의 ‘페이퍼 위원회’라고 합니다. 그것은 무슨 뜻이죠?

김가영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어요.

류병학 대구사진비엔날레 사단법인 조직위원회는 우선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처럼 민관합동 조직이 아니라 민간단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의 위원장은 지자체 장이 아닌 민간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겉으로 보기에 ‘민간에 의한’ 비엔날레처럼 보이지만 사실 재정능력이 전혀 없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앙꼬 없는 찐빵’인 셈이죠. 때문에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사업비는 대구광역시와 정부의 지원으로 마련되는데, 대구광역시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로서는 지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요.대구사진비엔날레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운영위원회의 운영위원장은 매번 행사를 치룰 때마다 그러니까 2년마다 바뀐다고 합니다. 매번 행사 때마다 운영위원장이 새로 선정되다보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셈이죠. 그리고 대구사진비엔날레 조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을 선정하면, 운영위원장은 운영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운영위원장의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운영위원회 역시 비엔날레를 개최하고 나면 해체되는 셈이죠. 비엔날레 사무국은 행사 전반의 운영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는 곳이란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그 사무국을 운영하는 이가 바로 사무국장입니다. 따라서 사무국장의 책임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무국장 없이 행사를 추진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운영이 난항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덧붙여 대구사진비엔날레 사무국도 행사가 끝나면 해체된다고 합니다. 제가 사무국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사무국 직원은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이라고 하더군요. 따라서 행사가 끝나
면 사무국 자체도 해체되는 것이죠. 올 12월 말이면 운영위원회와 사무국은 사라지는 셈이지요. 두말할 것도 없이 운영위원장의 임기도 끝나는 것이죠. 그러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인프라 형성은 불가능한 셈이죠. 따라서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무엇보다 운영시스템을 재정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이 라운드테이블을 시작하기 전에 대구사진비엔날레 관계자 분과 통화를 했습니다. 왜냐하면 대구사진비엔날레 측에서 대구광역시에 운영위원장 연임과 사무국 직원 상근직과 관련하여 제안을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직 대구광역시로부터 확답은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자, 이번에는 광주비엔날레 운영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했는데 홍성담 작가의 ‘세월오월’ 논란을 시작으로 위기에 빠졌습니다. 아시다시피 이용우 전 비엔날레 재단 대표이사가 사퇴하고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뤄지고 그 다음에 그 정동채 대표체제가 출범하면서 광주비엔날레 혁신위원회가 출범을 했습니다. 김민경 기자, 혁신위원회 출범 이후의 사항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민경 정동태 대표이사가 맡게 된 후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단의 구조를 재정비하겠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아직은 이번 비엔날레가 폐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실제적인 개혁과 같은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추후를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류병학 혁신위원회는 지난 11월 6일 '광주비엔날레 창조적 혁신을 위한 공청회'라는 타이틀로 동구청대회의실에서 개최했습니다. 그런데 광주비엔날레 공청회를 왜 비엔날레관이나 광주광역시청이 아닌 동구청대회의실에서 개최되었는지 모르겠더군요. 아마 어떤 이유가 있었겠지요. '광주비엔날레 창조적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 대한 지역신문 기사들의 헤드라인만 본다면 “광주비엔날레 혁신 공청회 '집안잔치'” “행사 관계자 이외 시민들 외면 '그들만의 리그'” “연구 결과 보고도 '그 나물에 그 밥' 나열 그쳐” 등입니다. 감 잡히시죠?'광주비엔날레 창조적 혁신을 위한 공청회'에 토론자로 몇 분이 초대되었다고 합니다. 그 토론자들 중에 부산비엔날레 이상섭 전 사무국장이 참석하여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광주비엔날레재단 인적 구성을 보면 전체 인원이 38명인데 거기에 공무원이 13명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전 사무국장은 재단의 공무원 비율 축소를 선결조건으로 꼽았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광주비엔날레재단의 공무원 개입이 재단의 독립적 운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이죠. 신미선 기자, 부산비엔날레에는 공무원이 있나요?

신미선 아직 확인해 보지 못했어요.

류병학 부산비엔날레에는 공무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산비엔날레는 독립적 운영을 하는 셈인데, 부산비엔날레는 독립적 운영으로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부산비엔날레 오광수 운영위원장은 감독선정 문제로 인해서 사퇴를 하고, 그 이후로 이상섭 사무국장이 사직을 하고, 7월에 미술계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제도개선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신미선 기자, 제도개선위원회는 어떻게 제도개선을 하고 있습니까?

신미선 제가 사무국 관계자분과 인터뷰를 할 당시만 해도 제도개선위원회가 1차례의 모임을 가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말까지 제도개선위원회가 운영이 된다고 들었습니다. 한편 조직위는 제도개선위원회의 검토결과를 바탕으로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정관 및 내부규정에 반영하고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최종 의결처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아마 내년부터 제도개선위원회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병학 부산비엔날레가 한창 열리고 있을 즈음인 10월 초경 부산문화계는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철회’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신미선 기자,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철회 논란에 대한 내용 아시죠?

신미선 기사로만 접한 부분이라 정확히는 잘 모르겠습니다. 

류병학 지난 8월 초 부산문화재단 남송우 대표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남 대표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부산문화재단은 대표이사 채용 공고를 냈습니다. 대표이사 공모에 동아대 명예교수 최상윤 씨와 2010년부터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을 맡아 왔던 이문섭 씨가 물망에 올랐는데, 결국 9월 초경 이문섭 씨가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선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월 초 부산광역시는 부산문화재단 이상장으로 대표이사에서 탈락한 최상윤 씨를 임명했습니다. 따라서 부산민예총 부산작가회의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부산경실련 등 15개 지역문화·시민단체가 10월 8일 반대 성명을 냈지요.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였던 강남주 전 대표는 “상위직인 이사장을 먼저 뽑고 대표이사를 뽑는 게 맞는데, 하위직 공모에서 떨어진 사람을 상위직에 임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지
난 10월 14일 부산민예총, 부산소설가협회, (사)요산기념사업회, 부산민주화기념사업회 등 30여 지역문화예술·시민단체는 임명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데 이어 지역 14개 대학 교수 170여 명이 긴급 반대성명을 발표하는 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습니다. 부산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대표이사 공모에서 낙선한 사람이 1순위로 결정된 현 대표이사의 임명권을 가진 이사장 자리에 앉는다는 자체가 부산문화재단이 제대로 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말이죠? 그렇습니다. 부산비엔날레 감독 선정 논란과 관련하여 부산문화연대에서 주장했던 말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부산비엔날레 감독 선정의 문제에 대해 반대성명까지 냈던 부산문화연대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선정 문제에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겁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임대식 굉장히 어이가 없네요.

류병학 왜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왜 부산문화연대는 부산문화재단의 이사장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못한 것일까요? 혹 부산문화연대는 부산광역시와 부산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무빙트리엔날레를 개최했기 때문에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철회에 동참하지 않은 것이란 말인가요? 부산비엔날레 감독 선정 논란에 적극적으로 보이콧을 행사하셨던 부산문화연대가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선정 논란에 침묵을 지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 점에 대해 신미선 기자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신미선 문화재단의 이사장에 대한 기사는 봤습니다.

류병학 자, 이번엔 세마비엔날레로 넘어가 보죠. ‘미디어시티_서울’이 ‘세마비엔날레’로 전이되었습니다. 14년 역사를 이어 온 미디어시티_서울은 민간위탁사업으로 운영되던 비엔날레였는데, 서울미술관 직영사업으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미디어시티_서울이라는 명칭이 세마비엔날레로 변경되면서 행사의 성격도 변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세마비엔날레는 미디어아트만들 전시했던 지난 미디어시티_서울과는 차이가 있었지만요. 김유진 기자, 앞으로 세마비엔날레의 향방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요?

김유진 인터뷰 당시에도 비슷한 질문을 했었는데 아직은 계획이 정해진 게 없다고 알려줄 수 없다는 말뿐이었고, 박찬경 감독도 이번엔 자기가 맡았기 때문에 자기가 미디어아트에 대한 해석을 그렇게 한 것일 뿐이고 세마의 방향성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었어요. 그 다음 감독이 또 어떤 주제를 들고 올지는 그 감독의 자유라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 건지는 예상할 수가 없지 않나 싶은데, 한가지 분명한 건 감독을 데려오는 사람이 시립미술관 관장이기 때문에 관장의 취향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관장이 바뀌면 비엔날레 성격도 조금씩 바뀔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류병학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세마비엔날레를 서울시립미술관 직영으로 운영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더군요. “그동안 위탁으로 진행하다 보니, 전시 감독들의 일회성 행사로 끝나게 된 점이 없지 않았다. 아카이브 자료가 남지 않는 점 등 단점도 있었고, 현재 그 자료들은 다시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직영 체제가 강화되면 비엔날레를 보다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조관용 아카이브 때문에 세마비엔날레가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조금 납득이 되지는 않습니다. 부산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의 예를 보더라도..

류병학 부산비엔날레나 광주비엔날레는 아카이브를 하지요.

조관용 그렇다면 세마비엔날레는 왜 못한다고 하는지요?

류병학 기존의 미디어시티_서울 경우는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처럼 상근직의 사무국 체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임대식 제가 보니깐 미디어시티_서울은 에이전트 한 명을 두더라고요. 그 에이전트가 운영감독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선정되면 그 운영위원회를 해체하고 감독 체제로 바뀌는 식으로 진행이 되더라구요. 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반면 조직적이지 못한 게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장단점이 있는 거죠.

조관용 그런 이유로 세마비엔날레를 서울시립미술관의 운영 하에 두었다고 해도 세마비엔날레가 축소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류병학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민경 저는 재단과 같은 조직적 형태가 없는 상태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이든 어떤 기관이 이를 맡아서 하는 건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그런데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와 같은 경우는 재단에서 감독에게 많이 재량권을 주는 편인데, 미디어시티_서울은 현재 상황으로 봐서는 서울시립미술관 조직이나 행정 안에 갇힐 것 같은 우려가 듭니다. 마치 서울시립미술관이 진행하는 몇 개 주요 전시 꼭지 중 하나가 되고 기획자나 주제도 여기에 맞춰져서 정해진다고나 할까요.

류병학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예년 비엔날레는 감독들이 큐레이터를 초청해서 전시를 꾸렸는데, 올해 비엔날레는 예술감독으로 초청된 박찬경 감독의 큐레이터쉽이 잘 발휘된 전시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더군요. 그런데 김유진 기자가 앞서 말했듯이 박찬경 씨는 애초에 세마비엔날레 감독으로 초청받은 것이 아닌, 서울시립미술관의 외부기획자 초청 전시 건으로 초청받았다고 했습니다. 당시 그는 '아시아고딕'을 주제로 기획전을 하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서울시립미술관 측이 박찬경 씨의 ‘아시아고딕’을 미디어시티_서울의 국제전으로 역제안해서 결국 세마비엔날레의 '귀신, 간첩, 할머니'라는 주제로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다면 예술감독 선정은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선정한 것이 아닌 셈이죠. 이를테면 세마비엔날레 운영위원회에서 감독들을 추천받아 선정한 것이라기보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김홍희 관장이 개인적으로 박찬경 씨를 예술감독을 선정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관용 그런 인상이 짙습니다.

류병학 만약 그렇다면 조금 우려되는 부분이 있지 않는가요?

조관용 그러한 운영 체계는 세마비엔날레의 발전에 심각하게 우려되는 부분이네요. 그렇게 되면 세마비엔날레는 비엔날레의 성격을 상실해 가는 것은 아닌지요. 엄밀히 말해 세마비엔날레는 비엔날레라고 말할 수 있기보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대형 기획전의 하나로 전락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네요.

임대식 국제전이죠, 국제 기획전이죠?

조관용 그렇게 된다면 미술관 관장이 바뀜에 따라서 비엔날레 전시 성격이 달라진다면 세마비엔날레가 가지고 있는 본래 성격을 잃는 것은 아닐까요.

류병학 저는 지난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운영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비엔날레는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는 국제적인 행사란 점에서 운영시스템이 제대로 안 갖춰지면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하면서 나눴던 논의를 보면 문제의 핵심이 운영시스템에 있다는 것입니다.

신미선 부산비엔날레는 운영위원회가 있고, 광주비엔날레는 문화재단이 있고, 세마비엔날레는 미술관 관장이 거의 주관하는 거잖아요?

김유진 세마비엔날레 경우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이 주관한다기보다는 서울시립미술관의 부서로 편입되는 건데, 부서도 미디어시티_서울 전담 부서가 계속 있는 게 아니에요. 운영주체만 서울시립미술관이고 이전의 방식과 거의 똑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감독선정을 기점으로 전시과에 비엔날레팀이 일시적으로 꾸려지고 해체되고를 반복하는 거죠. 단 운영주체가 서울시립미술관으로 고정되기 때문에 아카이브 관리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미디어시티_서울의 특징을 살려서 이어나가려면, TF팀을 꾸릴 것이 아니라 전담부서를 만들어 꾸준히 미디어아트에 대해, 또는 미디어시티_서울 자체의 운영에 대해 연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 재단에서는 한 분이 10년씩 일하기도 하시잖아요? 그런데 서울시립미술관은 큐레이터가 2년마다 바뀌는데 아카이브만 한다고 해서 뭐가 더 나아질지, 이대로 직영체제로 가는 것이 정말 옳은 방향인지 의문이 듭니다.

조관용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비엔날레들이 점차 축소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비엔날레의 운영의 문제도 있지만, 각 비엔날레를 운영하는 지역의 이기심들이 점체 운영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비엔날레의 전시는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일별해보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또한 우리의 미술이 국제적인 현대미술에서 그 위상을 가늠해보기도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비엔날레의 기획은 어느 순간부터 외국의 기획자들에 의해 그 자리를 넘겨주고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비엔날레의 역사가 얼마 안되어 노하우가 없어서 할 수 없이 초빙한다면 몰라도 비엔날레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퇴보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류병학 또 다른 의견 있으신 분 있으신가요?

임대식 사실 비엔날레라는 형식 자체는 이제 진부해진 상황이잖아요. 전세계의 급진적인 미술흐름을 보여주는 무브먼트이자 축제로서 비엔날레는 세계의 미술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정치가 개입하게 되고 미술 자체 보다는 다른 요소들이 많이 관여하게 되는 비엔날레의 원래 성격과는 무관한 죽은 형식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다 보니 비엔날레를 기존의 행정 시스템에 끼워 맞추게 되고, 주최가 되는 지방 정부의 방식을 반영하게 되는 듯합니다. 이렇게 되면서 비엔날레가 지니는 참신함이 사라지는 거죠. 이제 더 이상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엔날레는 작가들의 것이 아니고 미술인들의 것이 아니게 되었으니깐, 문제점들은 거기서 시작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관에 물들었다면 이제 실질적으로 미술인들이 자생적으로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 그게 굳이 비엔날레가 아니더라도 그 어떤 식의 미술운동이 새롭게 번져야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새로운 움직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인프라는 어느 정도 형성이 되어 있는 것 같거든요. 작가들과의 커넥션도 그렇고 외국하고의 연결점도 그렇고 어느 정도 새로운 판을 짤 수 있는 기술력들은 어느 정도 다 되어 있다고 보거든요. 어떤 컨셉이라든가 그들이 공동으로 지향할 수 있는 목적지점
만 명확하게 구성된다면 굳이 비엔날레라고 하는 구태의연한 형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류병학 임대식 수석기자께서 말씀하신 관 주도 형식의 비엔날레는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는 지자체가 직접 관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구사진비엔날레와 세마비엔날레 경우는 지자체는 지원만 하고 운영은 민간(미술인들)에서 하고 있다는 점에서 4대 비엔날레를 모두 싸잡아서 관 주도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임대식 말씀 중에 죄송한데, 그래서 어떻게 보면 대구가 계속 유료 관객들이나 이런 관객들이 증가하는지도 모르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특화될 수 있는 그런 성격들이 있는 것이 오히려 낫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류병학 미술계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는 세마비엔날레와 사진계 사람들이 주축을 이루는 대구사진비엔날레 역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세마비엔날레나 대구사진비엔날레 경우 운영 주체들이 한시적입니다. 따라서 인프라 형성에서부터 아카이브 구축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이 산재해 있다는 것이죠. 더욱이 비엔날레는 블록버스터 급 국제전이란 점에서 예산을 지나칠 수 없을 것입니다. 세마비엔날레와 대구사진비엔날레 경우 광주비엔날레나 부산비엔날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예산 확보 경우 광주비엔날레 경우 비엔날레 이사장이 지자체 장이고, 부산비엔날레 경우 지자체 장이 조직위원장이라는 직책을 갖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광주비엔날레와 부산비엔날레는 지자체 장이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는 점이죠. 반면 세마비엔날레나 대구사진비엔날레 경우 지자체 장이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지자체가 지원에 소홀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임대식 그렇죠. 예산이 문제라면 대구처럼 민간이 운영하는 대구비엔날레는 예산이 적기는 하지만 좀 더 시스템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만들어지면 보다 독립적인 비엔날레가 만들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류병학 예술계는 지자체에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물론 광주비엔날레 경우 비엔날레재단 문제가 폭로되면서 이사장인 시장께서 이사장직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한 마디로 광주광역시는 광주비엔날레에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셈이지요. 하지만 제가 부산비엔날레 전 사무국장의 말을 인용했듯이 광주문화재단에 공무원이 적잖게 포진되어 있는 상황에서 관의 간섭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요.

임대식 그들을 미술인이라고 우리가 해야 되는 거죠?

조관용 모든 전시들은 실질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미술인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 기획들 중에 미술인이 없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미술인들이 저 자신을 비롯해 조금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술 전시 운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통감하게 됩니다.


대한민국 비엔날레 무용론?

류병학 국내 4대 비엔날레의 문제점들이 보도되면서 비엔날레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사실 비엔날레는 국민의 혈세로 추진되고 있는데, 그 국민의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지 않잖습니까?

임대식 그렇죠. 지금 이렇게 물론 예를 들어서 베니스비엔날레 같은 경우 각각의 나라의 홍보를 할 수 있는 그런 세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놓지 않는 한은 국제 기획전으로 끝나는 것 밖에 안될 듯해요.

조관용 사실 우리가 후발주자잖아요. 우리 같은 경우에는 예산부문도 적지만 한류적인 열풍도 있고 하니 아시아에 집중을 하면 조금 이점을 지니고 있는 게 아닐지…

류병학 지난번 라운드테이블에서 조관용 편잡장은 세마비엔날레를 아시아에만 집중한다고 지적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조관용 개인의 아시아가 아니라… 제가 말하고자 하는 ‘개인’이라는 부분에 오해를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말하는 아시아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는 아시아인들이 경제, 문화, 사회 등의 전반적인 부분을 소개하는 비엔날레의 성격을 만들어낸다면, 보다 강점을 지니게 되지 않을까라는 의미에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이…

임대식 우리나라의 경우 각 지방별로 비엔날레와 같은 국제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이런 걸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입니다. 동시에 진행하느라 작가들도 찢어지게 되고 예산도 찢어지지는 상황이 되는 거 같습니다. 중앙정부가 하나로 묶을 수 있으면 묶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차라리 한국비엔날레와 같이. 쎄게. 아니면 편집장님 말씀처럼 아시아 비엔날레도 좋은 생각입니다.

조관용 우리나라는 비엔날레만 해도 10여개 정도가 됩니다. 전 세계 비엔날레가 한 300개 가까이 되진 않을까요?

임대식 그거 세어보고 싶은 생각도 안 드는 게…

조관용 제가 7년 전에 들었던 게 전세계 비엔날레가 200개가 있다, 그렇게 들었는데 그런데 조금 더 늘어서…

김민경 광주비엔날레 자체는 사실 20년 동안 알게 모르게 국제성을 지향하며 기반을 다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만약에 한국을 대표하는 비엔날레를 굳이 하나로 밀자면 현재로서는 광주비엔날레가 가장 타당할 것 같다고 생각해요. 처음 생성 당시부터 국가적인 후원을 받으며 시작되면서 지금도 그러한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고요. 그에 비해서 부산비엔날레 같은 경우는 본래 자생적으로 생성된 성격이 강하고요. 그러니 각기 비엔날레가 지닌 방향성을 재점검하고 그러한 방향성을 살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의 경우로 미루어 짐작해 보면 미디어시티_서울은 이미 비엔날레의 성격과는 다소 멀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요.

임대식 묻혀지지를 않네, 묻혀지지를 않아. 부산은 옆에 가만히 있어. 아니면 년도를 달리하든가?

신미선 제 생각도 연도를 달리한다든가 아니면 지금처럼 같은 연도에 개막하게 된다면 각 지역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입장권 공동 할인 등 비엔날레 패키지상품을 홍보화하여 관객을 확실히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김가영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가고 싶은 전시'여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예요. 이 시간에 이 돈을 내고 여기까지 가서 볼만한 것인가? 차라리 영화관에 가는 게 낫지 않나? 라고 했을 때 뭔가 관객이 특별한 경험을 가질 수 있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경험이 또 2년 후에 다시 찾게 되는 계기가 되니까요. 그렇게 본다면, 과연 관람객들이 다시 찾게 할 만한 뭔가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기획자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고요, 예산 문제에서도 외국 감독들 섭외에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국내 관람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전시를 고민하는데도 예산을 더 투자했으면 합니다. 같은 의도로 기획된 것은 아니지만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했던 모네 전시, 반 고흐 전시는 미어터졌어요. 쾌적한 전시를 위해 도슨팅 서비스도 안하고, 기다려서 들어가야 하는 시간대도 있었죠. 그런 부분들을 생각해 본다면요. 관람객들이 원하는 게 뭘까? 그런 부분들도 고민할 여지가 아주 많다고 생각됩니다.

임대식 저 역시도 사실은 실질적으로 라운드테이블을 할 걸 알면서도 시간을 못 냈다는 반성하는 부분도 있지만 반성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 조차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조금이라도 비엔날레 봐서 뭐해 그런 이야기 들은 정말 심심치 않게 듣거든요. 또 비엔날레야? 정말 작가 보고 싶은 어떤 작가 전시가 더 땡기는 거죠. 더 보고 싶고 명확하게 자기가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깐 읽고 싶은 게 있으니깐. 따라서 비엔날레는 작품과 접점이 되는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관객들을 유치해야 하는데 오픈해 놓고 오고 싶으면 오시오라는 식이니까. 너무 불친절한 듯해요.

조관용 불친절 보다는 자존심이 강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영화 쪽은 발전해 나가는 데에 반해 미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은 실상 미술인들이 서로 전체적인 시각에서 조금 양보도 하면서 다른 전략으로 국제전을 기획해야 하는 데, 자존심이 서로 강하니까 경쟁체계로 가는 것이죠. 하지만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술 기획전시들의 운영들을 고민하고 발전적으로 개선해나가야 될 겁니다. 노력은 많이 하는 데 전체적으로 보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들은 미술 부분을 발전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제자리걸음이나 퇴보하게 하는 것이 되니까요. 영화는 천만 관객을 들어왔다고 홍보하면서 연말이 되면 서로 상주는 모습을 보면 되게 부럽던데…

류병학 다른 의견 있으십니까? 없으면 제가 마무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대한국민 4대 비엔날레는 말 많은 비엔날레라고 생각합니다. 광주비엔날레의 ‘세월오월’로 시작된 비엔날레재단 대표이사의 사퇴 및 혁신위원회 출범, 부산비엔날레의 감독 선정 논란으로 운영위원장 사퇴 및 제도개선위원회 발족, 미디어시티_서울에서 세마비엔날레로의 명칭 변경 및 정체성 문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일명 ‘페이퍼 조직위원회’ 문제 등 4대 비엔날레 운영시스템의 부실이 지적되었습니다. 내년에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와 경기도도자비엔날레 그리고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따라서 웹진 <미술과 담론>은 내년에 공예와 디자인의 차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미술계가 조관용 편집장 말대로 ‘천만관객’은 아니더라도 ‘백만관객’의 시대를 맞이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 오늘 비엔날레 총평 라운드테이블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 웹진<미술과 담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네오룩의 후원으로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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