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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이라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상징하는 DMZ, 군사적 긴장과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장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현실과 그로인한 현대사의 비극이 끊임없이 소환되는 장소이다. 하지만 비애의 역사를 품고 있으되, 그곳의 풍광은 그토록 숭고하고 아름답다 한다. 장소 자체가 평화를 희구하는 상징 내지는 슬로건이 되면서도 또한 지뢰밭은 공존하고, 인위적으로 비워지고 민간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한 탓에 천혜의 자연과 생태계는 자생적으로 복원되었다. 보자면 참으로 희한하고도 모순적인 곳이다. 거리상 접근성이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수월히 닿지 않는 것은 이미 분단현실로 인해 생겨난 각종 트라우마가 각자의 무의식 속에 새겨진 탓은 아닐는지. ‘있지만 정말 있을 것 같지 않은’ 환상, 혹은 옛 설화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장소로서 DMZ는 그렇게 다가온다.   

  오랜 기간 사건의 중심을 포착한 보도사진으로부터 주변의 장면을 발췌하여 이면-서사의 가능성을 열어온 홍순명 작가는 사이드스케이프 연작 중 하나로 개인전 ⟪DMZ풍경⟫(2018.12.27.-2019.1.24. 노블레스컬렉션)을 발표했다. 전시는 2018년 신작들을 중심으로 하여, 2011년 작품 일부도 함께 소개되었다. 그중 36개의 부분들(50x60.5)로 이뤄져 가로 7미터가 넘는 <DMZ-1807>은 붉은 대기 속의 호수 전경을 다룬 것이다. 시공간이 모호하고 아스러진다. 여명 혹은 해질 무렵의 노을인지 알 수 없다. 36개의 부분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호수의 전경은 이내 곧 이야기를 발산하는 듯 동시에 전체가 부분으로 흩뿌려질 듯 기이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붉은 대기 속의 호수는 실재하는 장소로 보도사진을 재현한다. 

이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에는 언덕의 능선 길, 경계를 가로지르는 장벽, 수직으로 피어오르는 연기, 공동경비구역에 놓인 특이한 조경의 나무, 숲 위에 떠 있는 듯 보이는 작은 군 경계 초소 등 DMZ 풍경의 주변부를 다룬 작품들이 자리한다. 이 작품들은 부분을 확대한 장면으로 풍경화의 전경-원경-후경 등 구성 논법은 무화되고 다채로운 시선의 방향과 구성을 도모하면서 이면의 이야기를 상상하게끔 부추긴다. 그로인해 그의 DMZ풍경은 마치 실재하는 허구를 보는 듯하다. DMZ는 그 자체로 충분히 사건이나 구체적인 서사를 머금고 있는 장소이지만, 발췌된-부분으로서 확대된 풍경은 심적 거리설정을 유도하여 해석에 대한 우회로를 만든다. 그것은 직접적인 서사 국면 너머에 ‘우리가 보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DSC00837.jpg

전시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전시전경  (1).jpg

전시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전시전경_DMZ-1803.jpg

전시전경 Ⓒ노블레스컬렉션

 

 

실행을 추동하는 계기, 완결된 작품이 나오기까지 작가가 견지했을 태도와 생각의 흐름이 궁금했다. 2011년 이래로 수년이 지나 DMZ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에게는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그간 국내의 사건과 사고현장에 관한 내용은 물론,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광산, 르완다 학살, 시리아 난민의 현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왔다. 마침 시리아 사건과 장소를 다루었던 작품 <바다풍경-시리아난민>과 <17각형을 그리는 방법-스칼라 시카미니아스>시리즈는 당시 의도치 않게 제주도의 예멘 난민 수용에 관한 첨예한 지점들이 생길 즈음 발표되었다. 전시 기자간담회 때 이와 관련해 쏟아지는 무수한 질의들, 당시 기억에 대해서 작가는 전시에 함께 참여했던 히와 케이(Hiwa K) 등 이미 난민의 문제를 온몸으로 겪어냈을 쿠르드족 출신 작가를 곁에 두고 그 질의들에 답변하는 일이 무척 난감하고 버겁고 힘겨웠던 경험이라 소회한다. 이 경험과 상황을 반추하면서, 작가는 가장 가까이에서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지점이자  ‘아무 사건도 없었던 듯’, ‘무엇인가 품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품고 있는 DMZ를 재차 인지하였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위험과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이자, 자신의 파주 작업실과 맞닿아 있는 환경으로 지난 수십 년간 풍경 자체가 의미가 된 장소다.  거리상 무척 가깝지만 그에게는 체감에 있어 가장 낯설고 이상한 ‘주변의’ 풍경이었기에, 그렇게 DMZ 2011년에 이어 2018년을 관통하는 사이드스케이프 연작으로 다시 연결될 수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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