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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00:46

소쿠리의 숲 - 이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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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건축물 속 장식으로 머물러 있는 공공미술 외에 작품이 주체적으로 돋보이는 작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요불굴의 자세로 능동적인 감상이 이어지기 힘든 것은 어찌 보면 당연지사일 터. 엄밀히 말해 대부분 무시하고 지나가기 부지기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지속해서 참여하고 서로 교류하며 소통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성북동에 간다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업을 마주할 수 있다. 성북동 선잠단지를 지나 복정마을로 가는 길 한편에는 영롱한 형광색의 조형물이 다리밑에서 부터 높이 솟아올라 있다. 작품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조형물을 이루는 소재가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소쿠리임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그간 소쿠리의 미적인 면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우리는 종종 어머니들이 사용하는 부엌의 꽃무늬 칼, 형광색의 물 컵, 화려한 꽃무늬가 들어간 형광색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는 대량생산과 산업화가 만들어낸 산물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보자면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어머니들이 품고 있는 ‘시대를 앞서간 안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최정화 작가가 선택한 일상적인 오브제인 소쿠리에 내재하여 있는 미적인 의미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소쿠리 본래의 기능은 음식물을 담거나 물로 씻은 식품을 담는 데 사용되는 그릇이다. 과거에는 대나무를 엮어서 사용했으나, 현대에는 편의에 의해 플라스틱이 재료로 사용된다. 주방의 모든 음식은 물을 지나치지 않고 식탁에 오르지 않는다. 주방에서 우리는 음식 대부분을 물로 씻어내고, 벗겨내고, 잘라 소쿠리에 담곤 한다. 다르게 말해, 우리는 소쿠리를 일상 필수품처럼 의식하지 않고 매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소쿠리는 어머니들의 눈에 잘 띄도록 영롱한 형광의 색을 이용해 만들었으리라 생각된다. 또한, 이렇게 사소하고 작은 일상에서 고정된 기능이 탈바꿈된 것을 보면 소소한 감동이 밀려오는데, 이 푸르딩딩한 소쿠리가 그러했다. 성북동 주변과 잘 어우러져 있었다. 작품을 발견한 시간은 해질 무렵 이르렀는데, 관찰하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이내 어두워졌는데, 몽환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소쿠리 숲속으로 들어서니 소쿠리 속에서 빛이 발광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풍경으로 뒤바뀌었다. 소쿠리로 탑을 쌓아 올려, 거대한 사이즈로 인해 한편으로는 언캐니(uncanny)한 느낌을 준다. 쌓아 올리는 행위는 우리가 산에 가면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이는 돌에 간절함과 염원을 담는 우리나라의 이상한 미신과 같다. 최정화 작가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쌓아 올리는 행위가 조형에 대한 실험, 땅과 하늘의 연결, 땅과 하늘을 연결하고자 하는 기원’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본인 또한 주변이 소쿠리로 뒤덮이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이 공간성에 대해서 집중하게 됐다. 더불어,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는 일상의 삶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인공의 숲을 세워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자 했다고 한다. 즉 이 플라스틱 소쿠리라는 인공적인 오브제로 숲을 조성하고, 자연을 모방한 시뮬라크르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것이다. 진짜를 가장한 인위적인 플라스틱 숲은 주변 풍경과의 시뮬라크르의 세계를 제시해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공간에 대해 탐색하도록 한다. 

 

전시전경 1.jpeg

전시전경 1

 

 

전시전경 2.jpeg

전시전경 2

 

 

소쿠리 숲 가운데에는 주민참여 공공미술 프로젝트 작품도 함께 있었는데, 플라스틱 컵과 그릇을 엮어 만든 작업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작가가 관객과 작품 사이에서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 옆 작은 표지판에는 성북동 인근 초등학교, 중학교, 교회, 경로당 등 함께 참여했다는 인증 사진이 함께 있었는데, 관객 사이의 단절을 극복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소쿠리로 대변되는 일상 속 오브제가 밖으로 나와 인근 주민들, 주민들이 생활하는 1차 공간인 성북동과 관계를 맺고, 그 의미가 확대되어 예술 오브제로써 기능하도록 작업을 주로 선보인 최정화는 우리나라 공공미술의 한계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거리갤러리는 예술의 공간이지만, 모두의 공간이 된다. 현재 최정화의 작업은 서울시립미술관 분수대 앞에서도 만날 수 있다. 플라스틱의 인공장미가 시립미술관 화단인 실제 자연과 얼마나 어울리는지 알 수 있으며, 4계절 내내 시들지 않는다. 그의 공공미술을 통해 인근 주민들의 활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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