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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예술 공간 혹은 현대적인 예술 공간에 대하여

: 프랑스 죄드폼 Jeu de Paume 박물관의 사례

 

박재연(박사)

 

프랑스 현대 예술 기관의 운영 정책과 비전에 관한 인터뷰를 제안받았을 때, 여러 기관의 이름들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70년대 부터 정책적으로 전국에 세워지기 시작한 프랑스의 현대 예술 센터들(Centre dart)은 현대 예술의 생산과 확산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들은 살아있는 예술 창작을 위한 여러 행정적, 재정적 관계를 관리하고, 동시대 예술의 관심사들을 펼쳐보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연구와 창작의 산실이기도 한 현대 예술 센터들의 활동은 전시, 공연, 출판 등으로 매우 다양한데, 더욱 많은 수의 대중들과 현대 예술을 연결하기 위한 매개 활동에 특히 중점을 두고 있다. 각 지역마다 고르게 분포하고 있는 현대 예술 센터[1]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현대 미술을 다루고 있지만, 사진과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패션과 같이 특수한 장르의 예술을 집중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40여 곳의 현대 예술 센터 중 인터뷰 대상으로 죄드폼 박물관을 선택한 이유는, 사진 및 영상 예술, 디지털 아트와 같이 기술과 결합한 형태의 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동시대 예술, 혹은 예술의 동시대성과 궤를 같이 할만한 역사적인 맥락을 갖춘 곳이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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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1. Galerie nationale du Jeu de Paume 

 

 

파리 시내 중심의 콩코드 광장 한켠에 위치한 죄드폼 박물관(도판1)은 가로 80미터 세로 13미터의 건물로(연면적 2 754평방 미터),  3층에 걸쳐 9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는 국립 현대 사진영상 박물관이다.  1861년 나폴레옹 3세가 죄드폼 경기 (테니스와 스쿼시와 유사한 19세기 스포츠)를 위해 튈르리 정원 북서쪽에 건축하였으나, 1909년부터 인근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랑쥬리 박물관과 연계한 미술 작품 전시장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 세기 후반 생존 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던 룩상부르그 박물관은 외국 작가 섹션을 새로 만들었는데, 이 섹션의 작품들의 수가 증가하자 1922년 ‘생존 외국 작가’ 작품들을  죄드폼 박물관으로 이관하였다. 1947년 빨레 드 도쿄(Palais de Tokyo)의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죄드폼 박물관은 생존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국제적인 현대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오늘날 국제 예술 행사의 주빈국 시스템과 비슷하게도, 특정 국가의 후원을 받아 그 나라의 현대 미술가들을 소개하고 보다 국제적인 현대 미술 트랜드를 살피기 위한 전시를 기획하였다. 1937년 국제박람회를 기점으로 죄드폼 박물관은 국제적인 아방가르드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장[2](도판2)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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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2. 1937년 죄드폼에서 열렸던국제적인 독립 예술의 기원과 발전전 도록 표지

 

2차 세계 대전 당시 박물관의 콜렉션을 샹보르 성으로 대피시키는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치에 의해 많은 작품들이 압수당하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1947년부터 오르세 미술관이 개관하는1986년까지 인상주의 미술관으로 사용되던 죄드폼 박물관은 1991년 문화부 장관이던 자크 랑Jack Lang에 의해 국립 죄드폼 갤러리로 재탄생하였고, 모든 형태의 근현대 예술을 다루는 기관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다음은  죄드폼 박물관의 문화 프로그램 담당자 마르타 퐁사 씨와의 서면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박재연 :  안녕하세요.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죄드폼 박물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M.P. : 죄드폼 박물관은 튈르리 정원의 상징적인 문화 기관으로, 20세기와 21세기의 시각 이미지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전파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예술 기관입니다. 죄드폼 박물관은 흔히 사진 전문 박물관처럼 여겨지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다양한 방식이란 사진, 영상, 비디오, 설치, 인터넷 이트 등을 의미하지요.  2004년 문화통신부 장관이던 장 자크 앨라공 Jean-Jacques Aillagon의 발의에 따라 알랭 도미니크 페렝Alain Dominique Perrin 관장이 이끌던 국립 죄드폼 갤러리와 사진 문화재 재단, 국립 사진센터가 하나로 합쳐지게 되었습니다. 죄드폼 박물관은 단독 혹은 협력 기획을 통한 전시를 선보이는 동시에, 영상 프로젝션, 콜로키움, 세미나, 교육 프로그램, 출판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

 

박재연 : 말씀하신대로 죄드폼 박물관은 각각 다른 세 개의 협회가 공동 발의하여 탄생한 기관이죠. 운영 주체가 여럿이다보니 설립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인 기관 운영에 이르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2011 년 아를 국제 사진축제(Rencontres Photographiques)에서 당시 문화부 장관이 발표한 전시 공간[3] 마련도 2012년 예산 부족의 이유로 취소되는 등, 사진 영상 예술에 대한 공적 자금 지원 역시 충분하다고 하기는 힘들 것 같고요. 죄드폼 박물관의 운영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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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3. 현재 죄드폼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소개_죄드폼 홈페이지 갈무리

 

M.P. : 2004 년에 사진과 현대 예술을 담당하는 세 개의 단체 (국립 죄드폼 갤러리, 국립 사진 센터 및 사진 문화재 재단)가 합병되어 "Jeu de Paume"이라는 명칭의 새로운 운영위원회를 창설했습니다. 문화부의 예산 보조를 받게 된 이 단체의 초대 대표는 알랭 도미니크 페린 (Alain-Dominique Perrin)이 맡았습니다. 2대 대표를 맡은 레지스 뒤랑(Régis Durand) 에 이어 마르타 질리(Marta Gili) 2006 10월부터 2018 10월까지 박물관의 안정적이고 차별화된 운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운영 주체가 여럿이고 전시장은 한 곳이었기 때문에, 죄드폼의 개관 이후 공간과 전시 기획에 있어서 적지않은 혼란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2009년에 운영위원회 측은 생 앙토냉(Saint-Antonin) 62번지에 새로운 전시장인 오뗄 쉴리(Hôtel Sully)  마련하였으나날로 증가하는 사진 및 영상 예술 전시에 대한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입니다.

 

박재연 : 예산은 오늘날 문화예술기관이 직면한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인 듯 합니다. 죄드폼 박물관의 펀딩 구조는 어떻게 되는지요 ?

 

M.P.: 죄드폼 박물관은 문화부의 보조를 받는 공공 기관으로, 1901년 제정된 비영리사단법인법에 근거한 비영리 협회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죄드폼 박물관 운영 예산의 대부분은 문화부의 보조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나머지 부분은 자체 수익 사업과 사적 스폰서십을 통해 충당하고 있습니다. 2017년 죄드폼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재정 파트너는 OBC Neuflize 은행과 예거 르쿨트르로, 두 기업 다 저희에게 재정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박재연 : 본격적으로 전시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죄드폼 박물관의 전시는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요 ? 공모, 자체 기획, 대관 전시 등 전시 운영 형태에 대한 죄드폼 박물관의 방침이 궁금합니다.

 

M.P. : 앞서 나온 이야기와 연결이 되겠네요. 매년 죄드폼은 여러 개의 작가 단독전시와 주제 중심 기획전을 사이클 개념으로 기획합니다. 전시 주제는 기관장이 선택하며, 죄드폼 소속 학예 연구진이 주축이 되어 기획하거나 다른 나라의 주요 예술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서 기획이 되는 전시도 많습니다. 작가를 선정할 때는 유명세나 명성은 크게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널리 알려진 작가, 잘못 알려진 작가, 떠오르는 신진 작가 등 소위 말하는 ‘네임 밸류’보다도 다양한 층위와 넓은 스펙트럼의 역사적, 혹은 동시대적 서사를 환기시켜줄 수 있는 작가를 선호합니다. 그들의 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이 공명과 불협화음 사이에 일종의 진동을 경험하게 하고 싶습니다. (도판 3)죄드폼 박물관은 파리 시내 중심의 콩코드 광장에 위치한 본 건물과는 별도로 2010년부터 루아르 주의 투르 성(Châteaux de Tours)에 장소를 마련, 투르 시와의 협업을 통해  ‘사진 문화재 아카이브’ 에 포커스를 맞춘 전시를  선보이고 있습니다.(도판 4) 프랑스와 외국의 공립 및 사립 기관들에 흩어져 보관되어 있는 사진 아카이브를 정리, 연구하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하며, 파리가 아닌 다른 지역의 새로운 관객을 만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추진된 프로젝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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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4. 샤토 드 투르에 위치한 죄드폼 분관 전시장 전경

 

박재연 : 박물관의 물리적/비물리적 입지에 관한 다음 질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문화 기관의 물리적인 입지를 둘러싼 중심부-주변부 담론들은 사회적이고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이루어집니다. 최근 디지털 기반의 일상 생활 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됨에따라, 예술의 창작과 유통, 창조와 향유에 있어서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죄드폼 박물관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M.P. : 지난 10년 동안 저희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예술 기관의 물리적, 상징적 위치에 대해 꾸준히 질문을 던져 왔습니다많은 논의를 거쳐, 2007 년부터 Jeu de Paume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가상의 전시 공간과 웹진[4]을 위한 두 개의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 전 세계 현대 작가들의 예술 작품들을 제공하는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을 통해 현대 예술에 관한 실험 및 연구 분야를 넓히고자 했습니다. 디지털 아트 전문 큐레이터에게 주제별 전시 기획을 통해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전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온라인 전시 공간을 통해 네트워크로 연결된 작가들의 다양한 관심사와 주제들을 펼쳐볼 수 있죠. 박물관 소식지의 형태를 띄고 있는 웹진의 경우 박물관의 주요 활동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작가들과의 인터뷰나 작가들의 작업 노트를  싣기도 합니다. (도판5) 예술 이론에 관한 택스트와 죄드폼 박물관에서 촬영된 영상 클립도 업로드됩니다저희는 확장 가능한 온라인 콘텐츠를 지향하기 때문에, 특별 게스트들에 의해 운영되는 블로그들과 포트폴리오, 저희 전시에 관한 리뷰 등을 링크하여 제공합니다. 전세계에서 시공간적 제약없이 접할 수 있는 이 두 개의 온라인 사이트는 영어와 프랑스어로 제공되며, 때로는 독일어와 스페인어로도 제공됩니다. 최대한 많은 수의 사람들과 시각 이미지에 대한 저희의 성찰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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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5. 죄드폼 박물관 웹진_le magazine

 

미술과 담론 : 전시 이외에도 교육 체험 프로그램, 콘서트, 상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에 띕니다. 교육 프로그램 기획,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M.P. : 죄드폼 박물관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은 저희가 소개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관해 다양한 대중들과 소통하는 순간들을 만들고 오늘날의 이미지와 그 활용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죄드폼 박물관의 모든 활동은 시각 문화와 이미지 의미의 탐구 또는 재창조에 대한 비전을 중심으로 기획됩니다. 이미지에 대한 경험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열어주고 경계를 허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도판 6) 전시회에서 다루는 주제를 심화 시키거나 연결되는 새로운 주제를 다루는 전시 연계 컨퍼런스, 세미나와 심포지엄은 중요한 상호 작용의 장이 됩니다. 시네마 프로그램 역시 전시의 많은 부분과 연결되는데, 프랑스 및 외국의 영상 예술가들의 회고 프로그램도 종종 열립니다. 다큐멘터리, 에세이, 회고 영상 또는 미공개 영상에 초점을 맞춘 이 프로그램은 영화 제작자와 예술가 간의 만남을 장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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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6. 2018/2019 죄드폼 박물관의교사 및 젊은 관객 대상 교육체험 프로그램 안내 브로

 

박재연: 최근 몇년 사이에 한국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기술과 예술의 발전에 관한 당신의 의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M.P. : 그 문제에 관해서 부분적으로는 이미 답변을 드린 것 같습니다.  언제나 기술의 발전은 예술 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예술가들은 새로운 기술적 도구를 활용하고기술의 새로운 사용 방식을 실험하기도 하며,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하기 위해 이러한 기술을 더욱 발전시킵니다.  우리가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디지털 기기들 은 이미지의 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담론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이미지들의 크로스오버와 융합이 지금 우리 시대의 중요한 특징인 것 같습니다. 이미지의 상품화와 소비의 큰 흐름에 대한 비평적인 관점과 예상치 못했던 전망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겠죠. 죄드폼 박물관은 2019 10월에 개막하는 특별전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저희의 생각을 나눌 계획입니다. ‘이미지들의 슈퍼마켓’이라는 타이틀이 붙인 이 전시에서는 사진과 데셍, 비디오, 영상, 디지털 작품과 멀티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선보일 예정입니다. (도판 7) 오늘날 우리의 시선을 지배하는 이미지들이 어떻게 사회경제적으로 제조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지들을 구성하는 일차 재료들, 엄청난 규모의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들이 축적되는 양상, 이러한 이미지의 창조에  관계된 인간의 작업(꼭 사람이 하지 않을 수도 있겠죠)의 의의, 전지구적으로 순환되는 이미지들의 가변적인 가치  등이  주요 주제로 다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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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7. 201910월 오픈 예정인 특별 기획전이미지들의 슈퍼마켓전 안내_죄드폼 홈페이지 갈무리

 

박재연 : 혹시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는 기관으로서 일종의 비전같은 것이 있으신지요 ? 오늘날 현대 예술 기관 혹은 현대적인 예술 ‘공간’은 어떻게 정의내릴 수 있을까요 ?

 

M.P. : 이제 모든 공간이 예술적이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더 이상 예술 작품들은 제도권 안에서 소개되고 소비될 필요가 없지요. 예술가들은 새로운 공간(물리적인 공간 혹은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을 찾았습니다. 이제 문화예술기관들은 다른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관람객들에게 역사적이고 사회적이며 예술적인 맥락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각자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현대적인 예술공간의 특수한 임무가 되어야 할 것 입니다.

 

박재연바쁘신 중에 자세한 답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 http://lemagazine.jeudepaume.org

[3]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프레데릭 미테랑 (Frédéric Mittérand) 리슐리외(Richelieu) 가에 위치한  국립도서관의 일부인 오뗄 느베르 (Hôtel de Nevers) 내부에 650 평방미터의 공간 지원을 약속한 있다.

[2] 1937 7 30일부터 10 31일까지 열린국제적인 독립 예술의 기원과 발전전시의 기획위원회 명단에서 마티스와 브라크, 피카소와 레제의 이름을 발견할 있다.

[1] https://www.dca-art.com/centre-d-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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