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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The Future Starts Here>전을 통해 본 급변하는 기술적 패러다임에 대응하는 미술관의 전략:

Zara Arshad와의 인터뷰

 

강이연 (작가, 박사, 영국Royal College of Art lecturer)

 

     영국의 Victoria and Albert Museum (V&A)1852년 빅토리아 여왕과 알버트 공의 이름을 따서 런던의 South Kensington에 건립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아트, 디자인, 공예 미술관으로 알려져 있는 V&A의 소장품은 이백 삼십 만 점에 달하고, 이는 전 세계와 분야를 망라한다. 현재V&A는 물리적으로도 빠른 팽창 중인데, 런던 중심부에 위치한 기존 V&A South Kensington과 런던 동부에 위치한 V&A Childhood Museum을 너머 2017년에는 수년에 걸친 기존 South Kensington 건축물의 확장 공사를 끝냈고, 파트너쉽을 맺고 중국 선전에 Design Society미술관(http://www.designsociety.cn)을 오픈했다. 2018 9월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에 V&A Dundee를 개장하였으며, 2020년에는 런던 동부에 V&A East 오픈을 앞두고 있다. 2016V&AArt Fund Museum of the Year를 수상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매년 영국 내 하나의 미술 기관을 선정하여 수여하는 가장 규모가 크고 영예로운 상이다.

1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이 거대한 미술관은 현 21세기 디지털 문맥 안에서 어떠한 변화들을 모색하고 있을까. 얼마전에 막을 내린 V&A<The Future Starts Here>전시(6 Oct 2018 – 4 Nov 2018)를 보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V&A 내의 Design, Architecture and Digital department (DAD) 부서의 일원이자 아시아 미술 기관들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다양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Zara Arshad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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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독자를 위해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본인의 이름은 Zara Arshad 이며, 영국인으로 디자인 역사를 전공한 큐레이터이자, 다양한 매체에 기고를 하는 작가이다. 2011년부터 4년 간 중국 베이징에 살면서Ico-D (International Council of Design) 위원 등으로 Beijing Design Week Beijing Creatives 등에서 다양한 전시를 기획했다.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후 V&A에서 <The Future Starts Here>전의 기획팀에서 일하고 난 후 현재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영국 Design History Society에 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또한 2011년 부터 Design China라는 블로그 (http://www.design-china.org/)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V&A <The Future Starts Here>전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당신의 아시아 미술 기관과의 풍부한 경험들에 대해 듣고 싶다. 우선 당신의 블로그는 중국의 다양한 디자인 정보를 담고 있고 런던 현지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술과 담론또한 온라인 매체인데 당신이 온라인 퍼블리싱을 시작한 이유와, 그것이 당신에게 갖는 의미가 무엇인가?

     2011년에 런던에서 베이징으로 거주지를 옮겨 일하게 되었는데, 디자인 전공자로서 관찰하기에 당시 베이징에서 일어나고 있던 작업들의 범주와 양이 광범했던 것에 비해, 영어로 그것들을 기록하고 전달하는 매체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인이 목격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guideline에 따라 ‘Made in China’로 묘사되는 중국에서 ‘Created in China’로 이동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빠르게 진행중이라는 점이었다. 따라서 그 간극을 좁혀보고자 이러한 정보 교류를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다. 그 형태로 블로그를 택한 이유는 중국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다양한 작업과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전달하기에 웹 퍼블리싱이 갖는 즉각성이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작가와 디자이너 인터뷰, 전시 리뷰, 건축, 패션 소식 등 다양한 영역의 내용들을 신속하게 전달하는 데 목표를 두고 지난 7년 간 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흥미로운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현재 디지털 시대의 확장된 소통 방식을 반영하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활동을 통해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되고, 이것이 전시나 심포지엄 등의 오프라인 활동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이렇게 처음에는 중국의 컨텐츠만 다루던 블로그가 점차적으로 한국, 대만, 싱가폴 등으로 대상 지역을 확장했고, 이제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하나의 아카이브를 구축하게 되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정책으로 인해 중국 외부 지역에서 내부의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본인의 블로그가 더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현재진행형인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당신은 중국에 거주하면서 선전의 Design Society Museum, 항저우의 China Design Museum (CDM), 상하이의 the China Industrial Design Museum (CIDM), 그리고 홍콩의 M+ museum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시작했고, 지금도 각 기관을 대상으로 꾸준히 리서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각 미술관들은 모두 신생 기관들로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데, 리서치 하는 과정에서 어떤 흥미로운 점이 있었는가? (상하이 CIDM 2010, 선전 Design Society 2017, 항저우 CDM 2018년에 오픈했고, M+는 현재 건축 중이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팽창하는 중국의 미술 기관들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외국 기관들의 직접적인 영향 (foreign presence)이었는데, 예를 들어 Design Society Museum의 경우는 V&A와 파트너십을 맺고 소장품 뿐 아니라 미술관 관리, 직원 교육에 대한 부분들도 교류를 했고, 항저우 CDM는 독일의 Bauhaus에 특화된 다수의 소장품을 가지고 그들을 전시하는 데 현재 집중하고 있다. 연구를 진행하는 당시에 해당 기관들이 모두 건설 중인 상태라서 리서치가 쉽지는 않았으나, 그만큼 아주 초기 단계부터 관찰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 기관들이 물리적 건축물 완공 이전 단계부터 소장품을 구입하고 있었고, 설립 단계부터 외국 기관과의 광범한 교류를 통해 국제적인 시각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중국의 문화 정체성을 재정립해서, 시각문화 전반의 성장을 이끌어 내는 것을 노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V&Aco-founder로서 참여한 Design Society미술관은 2008년 선전이UNESCO City of Design 으로 선정되고 난 후, 세계적인 디자인 수도로서 성장하고자 하는 목표를 반영하여 설립되었다. 선전은 또한 아시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울 정도로 세계적인 tech Hub인데, 이를 반영하듯Design Society201712월 개관전으로 <Minding the Digital> 전시를 선보였다. 이 전시는 디지털 매체와 최신 기술들이 예술, 디자인, 건축 등 창조적 산업 분야 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지 다양한 작업들을 통해 보여주었는데, 글로벌리즘에 지역성(locality)을 연결하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했던 다른 기관들에서는 이 같은 사례를 찾을 수 있었는가?

     항저우 CDM의 경우, 연계 기관인 China Academy of Art와 긴밀하게 협력하여 설립되었다. 그 과정에서 Bauhaus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Created in China’로의 전환을 위해 Bauhaus가 갖는 예술적 가치 뿐 아니라, 교육 기관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그를 벤치마킹 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현재 중국의 미술기관들이 초국가적인 (transnational) 접근을 통해서 세계적 관점을 탑재하는 동시에, 그것에 지역성을 결합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창조적 산업 분야에 대한 국가의 비전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M+2014년 전시인 <Neonsigns> (http://www.neonsigns.hk/?lang=en)도 주목할 만한 사례이다. 아직 물리적인 공간이 완공되기 전임에도 M+가 구축하고 있는 컬렉션이나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이 굉장히 독창적인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건물이 완공되지 않았기 때문에라도 2013년부터 M+는 본인이 연구한 다른 기관들에 비해서 더 활발한 온라인 활동을 (online presence) 펼치고 있는데, 미술관이 ‘interactive online exhibition’이라고 묘사하는 <Neonsigns>전시는 이러한M+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홍콩 도시 풍경의 고유한 특징인 네온사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전시는 사라져 가는 홍콩 길거리의 네온사인들을 추적함으로써 그와 관련된 정책과, 이 현상이 도시 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큐레이터 Aric Chen은 네온 사인은 사람들이 홍콩의 시각 문화를 바라보는 하나의 렌즈로 기능해 왔다고 이야기하면서, 이 홍콩 특유의 대상을 통해서 도시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locality에 대한 담론을 이끌어내고자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웹사이트에는 M+의 네온사인 소장품들과, 관련된 에세이들, 그리고 네온을 가지고 작업한 작가나 영화감독들의 이야기들을 담았는데, 이 온라인 전시의 흥미로운 부분은 디지털 미디어와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전시를 완성시키는 중대한 요소로 관객을 개입시켰다는 점이다. 접속자-관람자-들은 자신들이 촬영한 네온사인의 사진이나, 사라진 네온사인에 대한 기록들을 업로드 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사진 뿐 아니라 글도 업로드 할 수 있었고, 방문자들은 댓글도 달 수 있었으며, 연동된 Google MapDrop pin 기능을 통해서 이 데이터들의 위치 정보 또한 기록되었다. (추가설명: 2014 3월 부터 6월까지 진행된 온라인 전시기간 동안 참여자들이 웹사이트에 업로드한 네온사인 포스팅은 4,472 건으로 집계되었고, 결과적으로 이 전시는 미술관이 제작한 컨텐츠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제공한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홍콩의 네온사인을 아카이브함으로써 그를 매개로 도시를 mapping  하는 결실을 맺었다) 동시에 <Neonsigns>전시는 아직 물리적 공간을 확보하지 않은 미술관이 그 입지를 구축하는 도구로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잘 사용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제 런던으로 돌아오자. 전시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V&ADigital Direction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2016V&A는 새롭게 고안한 웹 플랫폼 1.0 version을 공개하는 것을 기점으로 미술관의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새 웹사이트 개발의 목표는 온라인 상의 미술관의 존재(digital presence)를 오프라인의 것과 동일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웹 플랫폼이 피지컬한 미술관을 보조하거나, 그에 종속되는 수단이 아니고, 그 자체로 하나의 확실한 정체성을 갖고 물리적 미술관과 공존하는 객체로 거듭나게 하기 위한 마스터 플랜이었다. 이를 위해서 V&ADigital Media 부서를 신설하여 3년 여에 걸쳐 open source software를 사용해서 매우 다이나믹하고 유동적인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웹에 퍼블리시 된 컨텐츠를 추후 다른 플랫폼- 예를 들면 모바일 기기나, 미술관 내 디지털 디스플레이 등-으로 즉각적으로 변용할 수 있도록 고안했고, 미술관의 소장품과 전시를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자 온라인 사용자의 행동패턴 등도 연구했다. Digital Media 부서장인 Kati PriceV&A의 새로운 웹 사이트는 디지털 건축(digital architecture)으로 기능하도록 설계했다고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온라인에서 컨텐츠를 업로드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오프라인에서 미술관이 작업을 전시하고 관리하는 과정과 유사해지도록 디자인 했으며, 미술관의 다양한 연구와 논문 및 기고문 등을 포괄하여 V&A digital publisher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궁극적으로 미술관의 online presence를 강화하고 이 향상된 플랫폼을 통해 미술관의 온라인 활동과 오프라인 활동이 서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주력한 것이다. 웹사이트의 외적인 디자인도 많이 변화했지만, 이 같은 근본적인 logic의 변화가 매우 흥미롭다. 이 외에 어떠한 계획들을 추진 중인가?

    웹사이트는 V&A가 시작한 디지털적인 변화의 한 부분이다. 총체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 많은 부서가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새로운 방안, 또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례로, 소장품에 대한 전략이 있다. V&A는 기존 매체와는 매우 물질적으로 다른데다 급변하는 현시대의 다양한 창조적인 작업들을 미술관이 어떻게 소장하고, 관리, 보존 할 수 있을지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것은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새로운 영역의 작업들을 구매하고 소장하는 다양한 사례 연구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V&A는 최초의 3D 프린팅 총을 소장하였으며, 중국의 WeChat 어플리케이션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중국 최대의 소셜 네크워킹 앱)도 컬렉션에 추가했다. 그리고 당신의 프로젝션 맵핑 작업도 소장하지 않았는가. 이러한 컬렉션은 우리DAD 부서가 미술관 내에서 맡고 있는 ‘Rapid Response Collecting’이라는 미술관의 새로운 방향성과 직결된다. 이것은 사회, 문화, 정치적으로, 그리고 기술적으로 현시대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 반영된 창조적인 오브제들을 즉각적으로 미술관 환경으로 들여와서, 그것을 소장하고 전시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high tech이든, low tech이든 완전히 동시대적인 것만 대상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현재 당면 이슈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미술관이 되고자 하는 의도를 담고 있다.

넓은 시각에서, 이 같은 미술관의 새로운 전략이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사용한 작업들에만 국한 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V&A의 소장품을 어떻게 digitally translate할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미술관의 모든 활동(museum practice)이 디지털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방법들을 연구하는 것이다. 앞서 V&A의 새로운 웹사이트에 대해 언급한 것처럼, 미술관의 디지털 존재(digital presence)와 물리적 존재(physical presence)가 상생을 통해 공존하는 것이 미술관의 궁극적인 목표로서 V&A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제 <The Future Starts Here> 전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이 전시는 굉장히 동시대적인 전시이다. V&A미술관에서 최신 기술이 주제인 전시라니, 전시를 만든 과정이 궁금하다. 100개의 전시품 중에는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 네트워크를 제공하기 위해 Facebook이 제작한 거대한 Aquila drone, 노화된 신체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웨어러블 수트, Tomás SaracenoMIT의 연구자들과 함께 진행중인 태양열 만으로 이동하는 비행선 연구 프로젝트인 Aerocene, 실제 우주공간에서 쓰이고 있는 무중력 상태에서 작동하는 3D 프린터, 해저 공간 정보를 맵핑하는 Hydroswarm drone, 아부 다비가 세계적 건축회사인 Foster+Parters와 함께 진행 중인 환경 친화적 (zero-carbon, zero-waste)도시 프로젝트인 Masdar Initiative 등이 포함되어 있다. 최근 Cambridge Analytica가 개인의 정보를 오용한 사건의 기록과,  범죄자 추적을 위해 DNA정보로 사람의 초상을 만들어내는 기술, 유태교, 기독교, 이슬람 교인이 함께 사용 가능한 종교 공간 설계 디자인, 거주자의 패턴을 분석해서 자동으로 집안의 냉방, 난방 및 온수를 조절하는 Learning Thermostat 기기, 가족 구성원 사후에 집 안에서 즉각적으로 실행 가능한 냉장 보존 기술, 급증하는 일인 가정을 위한 식품 기술 등 전시품들은 결국 현재 사회 정치적 이슈들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방대한 전시는 네 가지의 주제어; self, public, planet, afterlife에 의해 구성 되었는데 어떻게 전시의 컨셉을 기획하게 되었고 발전시켰는가?  

     이 전시를 관통하는 코드는 동시대성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 사용하고 있는 기술들, 그것이 활용된 방식들과 내포하고 있는 미래의 가능성들을 실시간으로 전시로 풀어내고자 했다. 이 같은 담론들을 즉각적으로 미술관 문맥에서 풀어내는 것이 우리의 기획 의도였다. 이는 앞서 설명한 Rapid Response Collecting 전략과도 연결된다. 전시의 대상은 현재 가능한 기술들의 사용자, 또는 잠재적 사용자인 우리이고, 따라서 이 전시가 최신 기술분야의 전문가이든 비전문가이든, 사용자이든, 개발자이든 무관하게 유의미하기를 희망했다. 그로 하여금 관람자들이 직면한 이슈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생각들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랬다.

, 기획 의도의 중앙에 자리한 현시대의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라는 중심축에 의해서 4개의 주제어 (self, public, planer, afterlife)를 결정했다. , 전시는 개인로부터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scale-up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개인이 타인과 관계를 맺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현재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로부터 우주로 나아가, 종국에는 유기적인 삶 이후의 내세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내러티브이다. 앞서 당신이 구체적 예를 든 것처럼 100여 개의 전시품을 선정했는데, 그 기준은 허구적, 상상적, 가상적 기술들이 아니라, 획기적이되 실제로 활용되는 기술이거나 사물들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우리는 이를 Evidence of the future라고 부른다). 4개의 키워드에 의한 전시의 시나리오는 전시장 마지막에 위치한 관객 참여적 작품으로 매듭짓게 된다. 직접 참여해 봤다면 알겠지만, 혼자서 설치물과 interaction하는 것보다 여러 명이 함께 협력해서 참여할 때 더욱 흥미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획팀은 이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에 ‘collective’가 지니는 함의에 대해 화두를 던지며 전시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이 모든 전시의 세부적 사항들에 담긴 의도는 현재에 가능한 기술들과 창조적 생산물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관객들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스스로 예상해 보도록 이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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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된 오브제들 중 일부 사례들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니, 전시 공간 구성에 대해서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구성측면에서 인상깊었던 점은 1,100 평방 미터에 달하는 큰 규모의 공간을 파티션이나 분리된 화이트 큐브, 또는 블랙박스 하나 없는 완전한 오픈 플랜으로 구성했다는 점이다. 이 구조 덕에 좀 더 자율적으로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이 결정에는 자칫 굉장히 산만한 전시가 될 수도 있다는 큰 위험성이 따랐을 테고, 진행상으로도 굉장히 힘든 부분들이 많았을 게 예상이 된다. 이 실험적인 디스플레이는 어떻게 기획의도와 연결되는가?

    앞서 강조했듯, 우리의 의도는 전시를 통해서 현재 이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가 그리는 미래에서 기술이 갖는 역할이 무엇일지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전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시된 모든 오브제들은 기술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가능성들을 탐구할 수 있게끔 우리는 4개 카테고리에 따라서 4개의 질문을 던지는 형식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Self: What makes us human? Public: Are cites still for everyone? Planet: Should the planet be a design project? Afterlife: Who wants to live forever?) 결정된 답안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미래는 고정적인 게 아님을, 결국, 기술을 만들고 사용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람객이 스스로 상상하고 질문에 답을 구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였는데, 오픈 플랜 디자인은 이 의도를 반영한다. 전시장이 그 전체로 디오라마가 되고, 이 열린 구조 (open landscape) 안에서 4개의 주제가 architectural island로 공존하는 구조이다. 이 환경 안에서 관객들은 4가지 주제를 한 눈에 개괄할 수 있다. 각각의 전시품에 집중하다가도, 이전 방으로 돌아가거나 할 필요없이 시선을 돌리면 전시장 전체를, 4개의 카테고리를 조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시장을 관람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하고자 했다. 우리는 분리된 공간 구성 보다는, 이 열린 형태의 전시장이 탐험하듯이 관객이 각자의 답을 구하는 과정에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기획팀은 산만한 전시가 되지 않도록 관객 동선에 대한 굉장히 많은 실험을 했고, 그 결과로 관람의 standard route를 제시하되 그것에 관객의 자율성이 추가되는 형식으로 완성된 것 같다. 또한 이러한 의도 하에서 전시장은 비관적이거나 디스토피아 적인 분위기 보다는, 기본적으로는 중립적이되 긍정적인 무드를 형성하도록 디자인했다. 물론, 100개의 크고 작은 오브제들로 공간을 구성하면서 모든 팀원들이 많이 고생한 건 사실이다 (가장 큰 오브제는 Facebook‘Achila drone’으로서 그 폭만 40 미터에 달한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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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The Future Starts Here>는 유명 작가 작업을 배재하고 완성된 미술관 전시이다. 대신, 100여 개의 공학자, 과학자, 연구 기관, 정부 기관, 대학 연구소, 디자이너, 작가, 건축회사 로부터 온 다양한 작업들로 구성되었다. 이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사람들과 전시를 발전시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을 듯 싶다. 실로 Interdisciplinary / multidisciplinary한 교류로 인해 전시를 완성시키는 과정 자체가 이 전시가 갖는 큰 성취 중 하나일 것 같은데, 어땠는가?

    전세계의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선구자들이 최신 기술을 사용해 제작한 작업들을 가지고 전시를 만드는 건 커다란 도전이었다. 초기 단계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미술관의 언어와 그들의 언어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술관 환경이나 전시라는 포맷이 낯선 전시 참가자들이 다수였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갈등은 없었다. 창조적 생산물에 대한 상호간 공통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이 전시를 위해 작업을 내어 준 참가자들의 연구 활동 자체가 본질적으로 interdiscplinary했기 때문에, 상호간 신뢰를 초반에 구축할 수 있었고 모두 협조적으로 응해주었다. 또한 기획팀이 이 모든 신기술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전시 기획 초반 리서치 단계에서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Arjun Appadurai (professor in Media, Culture and Communication at NYU), Susan Schuppli (a member of Forensic Architecture (Turner prize 2018)), Anders Sandberg (director of the Future of Humanity Institution at Oxford University), Sophie Hackford (director of WIRED Consulting and Education at Wired Magazine), Daisy Ginsberg (synthetic biologist), 이렇게 다섯 명의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되었고, 이들로부터 리서치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구했다. 이처럼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큐레이터들도 지식의 폭을 넓혔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전시가 완성되기 까지 3년이 소요되었고, 그 동안에 기술적이나 실질적 측면에서 생겨난 문제점들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전시 기획측에게도 매우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동시에 흥미로운 점은 이 전시를 기획한 DAD 부서 또한 multidisciplinary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가령 나같은 디자인 역사가와, 건축 전문가, 디지털 전문가가 함께 일하는 환경이라 이 전시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에 신속히 적응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결과적으로, <The Future Starts Here> 전은 기존 V&A전시와는 많은 면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V&A로 하여금 기존에 미술관이 전시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방식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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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본인에게는 이 전시의 multidisciplinary한 특징이 가장 매력적이었고, 이것이 전시의 구성 형태와도 잘 어우러져 성공적인 전시로 귀결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존의 V&A의 전시와는 분명한 차이점들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결국 이 역시 V&A의 전시 아닌가? 전시에 대한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다. 어떻게 <The Future Starts Here> 전시가 160년 간의 미술관의 헤리티지와 연결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전시의 아주 근본적인 철학적 토대는 V&A의 시작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V&A 1851South KensingtonCrystal Palace에서 개최된 국제박람회인 <The Great Exhibition>의 성과로 인해 설립되었다. (추가설명: 산업혁명 이후 영국이 일궈낸 기술적 발전상을 천명하고자 1851년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알버트 공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이 박람회에는 증기기관부터 다양한 공예품, 다게레오 타입 등 당대 최신의 산업 기술과 그를 사용해 제작된 전세계의 제품들, 예술, 공예품, 디자인 상품들이 전시되었다. 동시에 찰스 다윈Charles Darwin부터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e,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등 당대 과학, 인문, 예술 분야의 저명 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했다) <The Great Exhibition>의 커다란 성공 후에 알버트 공은 이 결실을 지속, 발전시키고자 예술과 과학을 진흥시키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South Kensington 지역에V&A를 건립하였다 (초기 이름은 South Kensington Museum이었다). , V&A은 따라서 설립 당시부터 매우 transdisciplinary하고 교육적 기능도 함께 수행하던 기관이었고, 당대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이었다 (이후South Kensington 지역에 과학박물관, 자연사 박물관이 생기면서 기능이 세분되었다).

우리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The Great Exhibition>으로부터 비롯된 V&A의 기원을 되짚어 보았다. 예술, 디자인, 건축, 과학이 모두 결합되어 있었던 그 당시의 접근법을 21세기 현재 기술, 디지털 문맥에서 재해석 해 보는 것이었다. 이는 또한 다른 기관과 구분되는 V&A 미술관 고유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이해하고, 그것을 전시에 담아낼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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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나누어 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제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북한도 가 본 적 있다. 서울 뿐 아니라 한국의 다양한 비엔날레도 방문했다. 한국의 그래픽 디자인 scene하고는 베이징에서 활동하면서부터 구축한 네트워크가 있다. 동북아시아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예술활동들에 관심이 아주 많은데, 지역에서 발견되는 공통점과 동시에 국가별 고유한 특질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현재 한국의 대중문화가 범세계적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현상이라고 본다.

 

 

     중국어에 능숙한 Zara 한국어도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그녀의 폭넓은 경험에 기반한 대화를 통해 V&A뿐 아니라 현재 아시아의 신생 기관들이 급변하는 신기술과 디지털 문맥에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영국에서는 현재 한국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를 널리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V&A 의 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듯 기관들이 기민하게 이러한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에 다각도로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학제간 고정적인 경계가 유효하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The Future Starts Here> 전시는 기존 시대의 이분법적 구분을 초월하는 현인류가 만들어 낸 방대한 창조적 산물들을 보여주었고, 100여개의 전시품들을 따라가다 보면 anthropocene, AI, VR, FinTech, Machine learning, Robotic, Big Data, Drone, Start-up 등 현재의 모든 키워드들을 읽을 수 있었다. 더불어 전시와 더불어 유기적으로 연계된 다양한 관객 참여형 이벤트와 학술 회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들은 열린 미래에 대한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그 기술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우리의 입장에 대해 고찰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동시에 V&A가 이 동시대적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서 <The Great Exhibition>으로부터 출발한 미술관의 정체성을 잊지 않고, 거기에서 답을 구한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The Future Starts Here> 전시는 이번 달 초에 종료되었고 얼마전 V&A에서는 <Videogame> 전시가 시작되었다. 미술관이 역시 3년간 준비하여 선보인 이 대규모 기획전은 비디오게임이라는 장르를 뮤지엄 컨텍스트에서 풀어낸 최초의 전시이다. 게임이라는 매체를 통해 현 시대에 가능해진 새로운 내러티브, 체험의 형태, 추가된 차원들 (VR / AR )을 이야기하는 이 전시도 현재 좋은 평을 받고 있다. V&A미술관은 이처럼 기획전들과, 미술관의 새로운 웹사이트, Rapid Response Collecting, 외국 기관과의 파트너쉽 등을 통해서 현시대 기술적 변화들에 적극적이고도 유연하게, 그리고 총체적으로 대응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미술관의 포괄적 프로젝트 추진은 장기적이고 섬세한 계획에 의해 가능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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