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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옥 사립미술관 협회 명예회장 인터뷰 
인터뷰: 이지현 OCI 미술관 관장     
    

Q(이지현 OCI 미술관 관장 이하 ‘Q') : 사비나 미술관이 최근 은평구 진관동에 신축 재개관을 하시면서 이명옥 관장님 매우 바쁘셨을 것 같습니다. 이명옥 관장님은 어떤 계기로 오랜 기간 계시던 안국동을 떠나 이사를 가실 생각을 하시게 되었는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A(이명옥 사립미술관 협회 명예회장 인터뷰 이하 ‘Q'): 어느 날 돌이켜보니 사비나 미술관이 안국동에 자리잡고 활동을 한 지 22년이란 세월이 흘렀더라고요. OCI미술관도 옛 사비나 미술관과 가까운 곳에 자리잡고 있지만, 서울 도심 한 가운데라는 위치의 장점이 분명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런 지리적 이점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시작했습니다. 한번 터를 잡은 곳이니 어떡하든 그곳에서 버티려고 노력했는데, 미술관을 방문하는 관람객의 요구(needs)가 바뀌는 것을 수년 전부터 감지하고 큰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들 전시를 보러 미술관을 방문했었지요. 큐레이터가 좋은 전시를 기획하고 준비를 하면, 관람객들이 와서 감상하고 평가를 하기도 하고, 그런 내용들이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등 전시 자체가 미술관의 존재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연구와 기획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좋은 전시를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남들과 차별화된 전시를 할 수 있을까에 모든 역량을 쏟았습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그런 믿음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사비나 미술관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립미술관에도 현재 적용되는 상황일 것입니다.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이제 좋은 전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이고, 오히려 그 이외의 것, 다목적 복합 문화공간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의 대형 국공립미술관이 그런 요구를 모두 충족시켜주게 되면서 사비나 미술관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사립미술관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전을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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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비나미술관 전경2




Q: 미술계 지도(地圖)가 매일 업데이트되지만 그래도 의외의 장소를 선택하셨어요.

A: 이전을 생각하면서 이미 매력적인 입지를 알아보니 땅값이 너무 비싸더라고요. 부지뿐만이 아니라 건축비도 생각해야 하고, 이후 운영비까지 걱정해야 하니까 더 알아보니 상대적으로 접근성도 좋고, 주변 환경도 좋으면서 조금이라도 문화 인프라가 이미 구축된 곳이 은평구라 그곳을 택하게 되었습니다. 
 
Q: 현대미술관 서울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이나 모두 좋은 전시를 개최할 뿐만 아니라 규모나 부대시설의 활용도가 상당하지요. 

A: 그렇지요. 제가 몇 군데 공공미술관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예산을 들여다보게 되는 데,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2018년 한해 720억 예산을 사용했습니다. 예산뿐만 아니라 백 명이 넘는 학예인력에 거의 천 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고용되어 있어요. 그렇게 엄청난 예산에, 넓은 전시장, 휴식 공간, 체험교육실, 아카이빙, 다목적 홀까지, 미술관 관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이 거의 완벽하게 갖춰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사비나미술관에서 도보로 불과 10분 거리에 위치해있었어요. 관람객들은 결국 그런 곳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지요. 

결정적으로 미술관 본연의 기능인 전시를 평가받을 때도 각 기관의 특성과 규모, 설립형태를 고려하여 ‘이 전시는 얼마의 예산에 어떤 결과를 도출하였구나’라는 정성평가보다는 계량화된 절대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연말에 언론사들이 꼽는 ‘올해의 가장 좋은 전시’ 등을 선정할 때,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전시가 당연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사비나미술관은 저예산과 소수 인력으로 힘겹게 전시를 만드는 데 세금을 지원받고 학예사들이 많은 거대미술관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전시로 승부를 보려고 노력했지만, 그것도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관람객은 점점 더 전시 이외의 다른 복합적 경험을 원하고. 인력구성이나 입지조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국동에서의 생존에 위기감을 느끼고 큰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힘들게 버티다가 소멸될 것인가, 아니면 뭔가 전환을 시도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입지조건과 주변 환경을 바꿔서 제2의 도약을 시도하자고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니 앞으로 운영을 잘해야 한다는 끝나지 않은 숙제는 남아있지만 저에게는 미술관 이전을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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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비나 미술관 3층전경



Q: 사비나 미술관 재개관전으로 좋은 전시도 기획하시고, 신축에 전시 기획에 그 모든 것들이 시간과 노력은 물론 많은 자금까지 소요되는 작업들인데요. 

A: 제 사재(私財)를 몽땅 털어 넣었지요. 어떤 미술인은 제가 경제적 여유가 있어 이전하나 보다라고 가볍게 말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저는 절박했는데 말이지요. “아! 이명옥 관장은 사비나 미술관을 운영하다가 돈을 많이 벌어서 저렇게 새로 건물을 짓지”라는 오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술관은 비영리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이 열악합니다. 적자를 적게 보느냐 크게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국공립 미술관은 세금으로, 사립 미술관은 민간자본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뭔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꼼수가 있을 것이라고 오해받는 경우가 많지요.(웃음).
 
Q: 그 말씀을 하시니 사립미술관은 ‘돈과 시간이 남아돌아 세워진 미술관’이라는 편견과 매일 싸워야 하는 (저를 포함한)많은 관계자들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사실 일반인들은 갤러리와 미술관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니, 그렇게 속사정을 잘 모르는 평범한 이들의 편견에 어떻게 대처해 나가시나요?

A: 일반인만 그런 게 아니라, 미술계 전문가들도 오해하는 분들 꽤 있어요. 사립미술관이 어떻게 운영되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되는지 함께 전시를 꾸려나간 작가들도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미술인조차 모르는 데 일반인은 얼마나 더 모르겠어요. 정책입안자나 행정공무원들도 기본적으로 미술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습니다. 

제가 전에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을 맡았을 때 이사들께 작은 캠페인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미술관 한관 당 최소한 미술전문가 열 분에게 사립미술관의 기능, 운영에 따른 고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사립미술관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키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오죽 답답하면 그런 캠페인까지 벌일 생각을 했겠습니까? 그래도 그런 작은 노력이 조금씩 모이고 사립미술관을 이해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아질수록 사립미술관을 지원하는 정책이나 예산 지원을 미술인들 스스로가 방해하는 행동은 점차 사라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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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비나미술관 소장품 전시장



Q: 정책 말씀을 하시니 저희 OCI미술관이 겪은 어려움이 생각납니다. 실제로는 빠듯한 예산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어느 정도의 재원이 마련되어 있는 사립미술관이라는 이유로 각종 국가 정책이나 공공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를 많이 겪었습니다. 

A: 사립미술관은 화랑이 아닙니다. 근본적으로 상업적 이윤을 추구할 수가 없습니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거하여 합당한 조건을 갖춰 법적으로 등록한 기관들이지요. 예를 들어 학교는 공립학교, 사립학교 구분 없이 동등하게 나라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미술관은 설립주체가 사립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나요. 앞서 얘기했듯이 사립미술관 운영에 대해 돈 많은 사람들의 취미생활 정도로 깎아내리는 편견이 지원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사립미술관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거해서 설립된 공공성을 가진 기관입니다. 이렇게 공리(公利)를 위해 존재하는 사립미술관은 당연히 나라의 지원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지원 혜택을 받는 이는 미술관 운영자가 아닙니다. 바로 시민, 국민, 주민이 지원혜택을 받는 수혜자들인데, 사립미술관은 공공지원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미술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이 놀랍습니다.
 
Q: 사립미술관은 설립자가 원해서 세운 것이니 운영도 끝까지 알아서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 많지요. 

A: 맞습니다. 극단적으로 모든 사립미술관이 재정난으로 문을 닫는 상황이 왔다고 가정해봅시다. 미술관 통계수치로 보았을 때 사립미술관은 전국 등록 미술관의 73%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립미술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고 상상해보면, 일단 큰 규모의 멋진 전시공간이 대량으로 사라지게 되고, 작가들은 화랑이나 대안공간 등에서만 전시를 해야 되겠지요. 

아시다시피, 미술품을 거래 알선하는 역할을 하는 화랑은 예술적 가치가 있더라도 상업성이 없을 때 전시를 꺼리는 경향이 많습니다. 상업성이 없는 실험적인 전시는 대안공간에서 열리게 될 것입니다. 국공립미술관이 사립미술관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고 하더라도 전시 공간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미술계는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하나 사립미술관이 연간 구매하여 소장하는 작품의 양도 상당합니다. 예전에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회장으로 있을 때,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사립미술관들이 작품 컬렉션을 위해 지출하는 총비용이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집예산 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사립미술관의 예산 규모에 따라 많게는 1년에 10억, 작게는 2~ 3천만원 정도 컬렉션을 위해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현재 한국사립미술관협회에는 140여개의 미술관이 소속되어있는데, 이 미술관들이 연간 소장하게 되는 작품 수를 계산해보세요. 소장품 구입은 미술관의 중요한 기능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사비나미술관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가운데서도 매년 작품 몇 점은 구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립미술관들이 한국미술시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술계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시이외 미술관 고유 기능인 교육이나 연구, 아카이브 등도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큽니다.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보았을 때, 과연 사립미술관의 발전을 막는 일이 미술계에 무슨 득이 될까? 반문하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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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비나미술관 루프탑 -박기진-통로



Q: 그동안 미술계 전반, 특히 대형 사립미술관을 둘러싼 이런 저런 추문들이 가끔 있어와서 이런 오해와 편견이 생겨난 점도 부정할 수는 없겠지요. 한 기업과 그와 관련된 기업미술관을 절대 다른 것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좀 더 심사숙고하여 미술계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이 어느 쪽인지 좀 더 영리하게 고민해볼 필요도 있긴 하겠네요. 

A: 언론에 노출된 몇 건의 기사들로 인해 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법에 저촉되는 일을 벌인 경우는 극소수에 해당됩니다. 기업미술관을 매도하는 분위기는 결코 미술계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기업들이 문화재단을 설립하고 미술관을 만들어 미술계를 활성화시키는 일을 하도록 오히려 권장해야 합니다. 

재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미술관은 대형전시를 개최해주어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외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아도 국제적으로 검증된 작가의 작품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됩니다. 기업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를 했다면 시정하고 과오를 바로 잡아야 하겠지만, 여러 가지 외적인 요소가 작용해 기업미술관이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도록 일방적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미술계에 큰 손실을 가져올 뿐입니다.

5.  OCI 미술관, 2018 R1211 ,  Open Studio_1.JPG

5.  OCI 미술관, 2018 R1211 ,  Open Studio_1




Q: 성격은 다르지만 저희 OCI미술관도 비슷한 편견에 부딪히는 적이 많습니다. 저희는 송암문화재단 산하의 미술관이기 재단의 다른 사업과 함께 재단 사무국장님께서 정기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재단의 사업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항상 직접목적사업비(저희 재단의 경우 장학금과 미술관의 전시 관련 비용)가 간접목적사업비(인건비와 경상유지비)보다 훨씬 많이 지출됩니다. 그런데 저희 미술관 직원이 지난해에 비해 한 명 더 늘어난 것에 대해서 재단 사무국장님께서 담당 주무관에게 그 이유를 설명을 하셔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일자리 하나를 더 창출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물론 저희 직원이 한 명 더 늘어난 것은 미술관 업무가 그만큼 더 많아졌기 때문인데 말이지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혹시라도 재단에서 사무와 무관한 사람에게 인건비가 지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해명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의 공익 문화재단이나 사립 미술관을 잠재적 범죄자라는 가능성으로 대한다는 억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A: 그런 모든 일은 다시 같은 지점, 즉 미술관의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것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술관이 발전하면 그 혜택의 수혜자는 미술계이고 일반 시민입니다. 미술관은 세제혜택을 받는다는 오해도 종종 하는데, 특별한 혜택을 받지도 않습니다.  미술관 부지와 건물에 대한 양도세 면제 혜택은 이미 없어진 지 오래고, 취득세 면제도 내년부터 없어질 예정입니다. 한 평론가는 사립미술관이 시세차익을 노린다는 말을 하던데 제가 아는 한 미술관을 자주 옮기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돈벌이를 하려면 부동산 투자를 하지 굳이 까다로운 등록 절차를 거쳐 미술관을 설립하고 운영할 이유가 없지요.

다시한번 말씀 드리자면 미술관이 발전하면 그 혜택은 사회와 미술계가 받습니다. 미술관에서 검증된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고, 그런 작가나 전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비평가들의 작업이 활발해지고, 미술관이 작품을 많이 수집하면 미술 시장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사립미술관이 재력가의 취미활동이라는 일부 편견이 사립미술관을 설립하려는 이들의 의욕을 꺾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6. OCI 미술관, 2018 Cre8tive Report.jpg

6. OCI 미술관, 2018 Cre8tive Report



Q: OCI미술관처럼 기업에서 독립하여 문화재단 산하에 있는 미술관도 기업 미술관으로 치부되어 버리기 일 수입니다. 여러 가지 이름의 재단을 둘러싼 각종 뉴스와 추문으로 인해 문화재단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상당합니다. 미술관이 기업에 직접 속해있는 곳이 있고 아닌 곳이 있는데,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으면 ‘재원은 기업에서 알아서 마련하라’는 식으로 지원대상에서 배제시키기 일 수입니다. 

A: 국내「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에 의하면 미술관은 설립 및 운영주체에 따라 국립, 공립, 사립, 대학미술관으로 구분되며 민법상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재단법인 미술관과 민간단체나 개인이 설립한 미술관은 사립미술관에 포함됩니다. 이 중 재단법인미술관은 사유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문화예술기부에 해당되지요. 문화재단을 설립, 운영하는 목적이 사회공헌 활동을 통한 예술경영을 실천하는 것에 있고 미술관 자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미술관이 폐관되면 등록된 컬렉션과 재산은 국가 소유가 됩니다. 이런 이유에서 문화선진국은 재단미술관을 국가의 문화자산으로 인식하여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술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관리하고 기업이나 기업인이 재단미술관을 만들어 문화예술을 지원하도록 적극 권장합니다. 누군가 문화재단을 설립한다는 것은 개인의 사유재산을 공공화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1순위로 문화재단 산하 미술관을 격려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화재단 산하 미술관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것은 결국 문화재단의 활성화를 막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미술인들이 문화재단의 성격, 미술관의 의미를 제대고 이해하지 못하고, 뉴스에 나오는 극히 일부 부정적인 사례만 머리에 각인되어 생겨난 부작용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전국의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등은 모두 법적으로 인정받는 문화기반시설입니다. 

설립형태에 따른 사립이든 국공립이든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 의거해 등록된 미술관은 모두 공공성을 갖습니다. 비영리미술관은 시간이 흐를수록 경상비 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수입원은 입장료 밖에 없어 어느 때가 되면 재정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미술관은 개인, 국가, 지자체, 문화재단이 설립한 것이든 공공자금이 공평하게 투입되어야 합니다. 

심지어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에도 공공자금을 지원하면서, 비영리 미술관은 지원에서 배제시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문예진흥기금이나 지자체문화재단이 비영리기관 지원심사를 할 때 사립미술관은 지원에서 배제시키려는 성향을 보이는 반면 대안공간에 지원하는 것은 당연시하는 것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7. OCI 미술관, 2018 김기철 개인전.jpg

7. OCI 미술관, 2018 김기철 개인전



대안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한국미술 발전에 공헌했던 터라 개인적으로 그분들을 높이 평가합니다. 그런데 심사에 참여하는 위원들 중 상당수가 대안공간은 무조건적, 아니면 우선적으로 지원해줘야 하는 반면, 사립미술관은 지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미술관은 전시뿐만 아니라 연구, 교육, 소장품 관리 등 대안공간에 비해 주어진 임무와 기능이 더 많습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데, 이는 기본적인 경상비가 많이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미술계의 꼭지점에 해당되는 미술관의 발전을 국가나 지자체가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작가들이 대형작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사라지게 됩니다. 미술계 시스템으로 보면 대안 공간 등에서 실험적인 전시를 선보이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 상업 화랑이 작가를 발탁해 미술시장에 편입시키고 종내는 미술관에서 작품성을 검증하는 수순이 작가 커리어가 바르게 세워지는 바람직한 구조입니다. 미술관, 대안 공간, 화랑, 모두가 제 역할이 따로 있지요.

상업성과 무관한 예술적 가치를 검증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미술관입니다. 국공립미술관 역시 그런 일을 하고 있지만 관수가 사립미술관에 비해 적다는 한계가 있고, 또 중견, 원로 작가들의 개인전은 거의 소화시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국공립미술관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사립미술관들이 보완하는데도, 사립미술관에 공공자금을 지원하지 않고 그들의 생존을 방관함으로써 미술계 전체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냉정히 따져 보아야합니다.

Q: 활발하던 대형 미술관의 활동이 좀 뜸해지면 그 빈자리를 금방 느낄 수가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점점 더 많은 사립미술관이 제대로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고 상상해보면 생각의 전환이 어렵지 않은 것인데요. 여전히 복합적인 이유로 사립미술관의 정책 지원은 요원해 보입니다. 

A: 지원예산이 소모적이고 일회적인 이벤트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당 부분 아깝게 낭비되는 예산을 조금이라도 사립미술관 쪽으로 전환시키는 여론조성이 필요합니다. 물론 지원에 합당한 조건을 갖춰야겠지요.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미술관마다 편차가 있어서 미술관의 기능을 더 잘 수행하고 있는 곳, 반대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곳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미술관들이 좋은 전시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옳지만, 그럴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분명 있습니다. 

학교를 예로 들면 어떤 학교는 훌륭한 교육으로 좋은 학생들을 배출하여 명문이라는 말을 듣고, 학교 운영이 부실해서 지탄을 받는 곳도 있습니다. 국립, 공립, 사립학교 설립형태에 차별하지 않고 공정한 평가를 통해 평등하게 지원하듯 미술관도 미술관으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곳은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적극적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마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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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OCI 미술관, 옥상파티


Q: 지금까지는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면, 화제를 조금 돌려보겠습니다. 컬렉션 확보를 위해 작품을 구입하려 할 때, ‘뮤지엄 디스카운트’에 대한 오해로 작품 소장이 무산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작가에게서 화랑에서는 이 가격으로 파는데, 미술관에는 왜 디스카운트를 해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종종 듣습니다. 

A: 일부 작가들이 미술관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해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겁니다. 화랑에서 전시하고 작품을 판매하면 계약서에 명시된 판매 수익을 화랑이 가져갑니다. 대체로 판매가격의 50%에 해당되지요. 그 것은 화랑이 작품 운송, 설치, 홍보 마케팅, 도록 등에 비용을 투자했기 때문입니다. 화랑에서 작품 값을 50%에 사가는 셈인데 이에 관해 작가들이 불만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미술관이 ‘뮤지엄 프라이스’로 구입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미술관이 작품을 구입할 때 ‘뮤지엄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는 이유는 미술관이 작품의 “소장처”이기 때문입니다. 즉 공공자원이 되는 거죠. 개인컬렉터가 작품을 사가면 관객이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집니다. 단 예외가 있는데 컬렉터가 미술관전시에 작품을 빌려줄 경우 감상할 수는 있겠지요. 미술관에 소장되면 기획전이나 상설전을 통해 작품을 보여줄 수 있고 아카이빙 되어 전문가들이 연구할 수 있습니다. 미술관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뮤지엄 프라이스’로 좋은 작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미술계가 배려해주는 것은 무언의 약속이지요. 아울러 작가들은 자신의 명성이나 경력관리에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었다는 기록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Q. 늘어나는 소장품으로 인해 수장고 관리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세계적인 대가가 될 작가의 중요한 작품을 구입한다는 믿음으로 작가를 금전적으로, 심정적으로 지원하려고 지속적으로 컬렉션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특히 OCI미술관의 신진작가 지원 프로그램인 OCI Young Creatives 로 저희와 인연을 맺은 작가의 작품은 꼭 구입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2010년부터 시작되다 보니, 초기에 전시를 했던 작가들 중 일부는 이제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가 갤러리였다면, 더 이상 작업을 하지 않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할 이유가 없으니 얼른 판매를 하고 다른 작가의 작업으로 저희 수장고를 채워 넣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유무형적 가치를 잃어가는 작품도 저희는 제대로 보존을 할 의무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A: 심사숙고 끝에 구입을 결정하게 된 소장품인데도 시간이 흐르다 보면 소장가치가 사라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은 화랑이 아니라서 작품을 팔수도 없습니다. 고스란히 그 부담을 안고 가야 합니다. 단순하게 작품 보관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소장품을 보관, 유지, 보수하는 것에 따르는 지출이 상당한데 이는 미술관 운영비의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올해 사비나 미술관이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서 진관동으로 신축 이전하는 중간에 소장품을 보관할 공간을 찾았는데, 그 비용이 매우 컸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소장품을 구입할 때 보다 신중하게 결정하고, 미래가치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선정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을 드립니다. 오랜 기간 한국사립미술관협회의 회장직을 역임하시면서 하나의 미술관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사립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오셨습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사비나 미술관의 관장님으로서 쉬워지지 않는 과제는 무엇인가요? 반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말처럼 손에 익어 점점 쉬워진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오랜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힘든 점은 차별화된 전시 콘텐츠 개발, 관람객 증대방안, 예산 확보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2019년 새해에는 미술전문가와 대중을 모두 만족시키는 특별기획전을 선보여야한다는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벌써부터 자신감이 사라집니다. 그런데도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합니다. 순수미술작품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훔치는 일이 가능할 것 같거든요. 

관람객의 숨은 욕구를 읽어내고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전시 및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면 관람객이 늘어나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게 될 거라는 기대감이 용기를 불어넣지요. 22년 동안 미술관을 운영하다보니 좋은 점도 있어요. 실무적인 면은 노하우가 생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되었어요. 미술계 인적 네트워크도 형성되어 자문을 구할 일이 생기면 전화 한 통화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어요. 결론적으로 사립미술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삶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매번 새로운 작가들과 새로운 전시를 개최하고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선보이고 관객들을 맞이하다보면 나태해질 겨를이 없지요. 늘 몇 달, 몇 년 앞을 염두에 두고 업무를 진행하다보니 에너지가 충전 상태입니다. 그래서 긴장감이 넘치고 모험심도 자극받게 됩니다. 저는 새로운 시도를 좋아하고 도전의식이 강한 편인데 그런 제게 미술관 경영은 적성이 맞는 것 같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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