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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지원 정책은 작가들이 자유롭고 안정적인 분위기에서 창작 활동에 매진하고, 국민들이 다양한 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 주도의 정책은 위로부터의 전략적 행위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측면이 많았고, 예술가의 의견과 현장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다양한 문제점이 거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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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과문


  
《미술과 담론》은 더 나은 미술 정책의 향방을 모색해 보고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책임 심의위원, 아르코미술관장, 경기문화재단 뮤지엄본부장 등 오랜 기간 미술행정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찬동 수원시미술관사업소장과 함께 기존 미술 정책의 문제를 짚어본다. 우선 한국의 대표적인 예술지원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여러 현안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볼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예술 지원정책 전반에 걸쳐 부족한 점, 보완할 점을 검토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중앙과 지역이 함께 만들어가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담론을 제기해 보고자 한다.  


2 문화예술기금 고갈.jpg

2 문화예술기금 고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제와 제도적 개선 방향 

Q: 오랜 기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에서 재직하셨는데요. 아르코의 현 상태에 관한 간단한 진단과 아르코의 위상 정립에 관한 의견 부탁드립니다.
 
A: 아르코가 독점적 권위를 가졌던 과거에 비해 위상이 상당히 실추됐죠. 문예진흥기금 고갈 문제와 더불어 최근 예술을 지원하는 유사 신생조직이나 재단들이 출현해 변화된 환경에 기민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점, 나주 지역으로 이전해 예술 현장의 요구나 변화를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환경적 여건, 그리고 점진적으로 정부에 종속된 점들이 위상 변화의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최근 블랙리스트 파동으로 사회 일반과 예술계로부터의 극심한 신뢰상실 상태에 놓여있다고 보입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가지며 독립적이었다면 이런 몰상식한 일들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조직이 정치적 논리에 점점 더 종속되어가는 구조를 피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르코가 정권의 변화와 무관하게 예술계의 내재적 자율성으로 운영되어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문화예술지원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적 용단이 필요합니다.    

도판 1 블랙리스트 파동 이후 홈페이지에 게재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과문

Q: 고(故) 황현산 위원장이 건강 상태 때문에 물러난 이후 최근 신임 위원장으로 박종관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가 위촉됐습니다. 과거 진흥원 시절 임명된 원장에게 모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독임제 구조에서 합의제 구조인 위원회로 바뀌면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운영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2008년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위원장 및 위원들의 인사권이 예속된 상태입니다. 한때 위원장 호선제가 폐지된 지 10년 만에 복원된다는 예측도 나왔으나 실현되지는 못했는데요.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A: 한마디로 위원회로의 전환이 무색한 상황이 되었죠. 임명된 원장에 의한 지배체제인 독임제에 비해 위원 간 호선제를 통해 선정된 위원장에 의해 민주적 의사 결정을 운영의 골간으로 하던 위원회의 정신이 크게 후퇴한 것이죠. 문예진흥기금과 예산을 통합 운영하는 기획재정부의 결정으로 정부가 위원장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난 후 독립성과 자율성의 정신은 사라지고 인사권과 예산권이 정부로 넘어가 버린 셈이죠. 

도종환 문체부 장관은 위원회의 설립 정신을 이해해, 위원장을 호선된 것처럼 위원들의 동의를 구해 형식요건을 만들려했지만 결국 부자연스럽게 귀결되고 말았죠. 기재부가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이상 구조적 변화는 요원할 것으로 보입니다. 신임 박종관 위원장은 1기 위원이기도 했으니 위원회의 위상을 제대로 회복하는 일에 기대를 걸어봅니다.
                                                                                      Q: 아르코는 분야별 위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시각예술 책임심의위원을 역임하셨는데요. 위원들의 역할에 관해 설명과 제언 부탁드립니다. 또한 위원회 위원과 해당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소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 바랍니다.  

A: 분야별 위원들은 장르나 영역을 대표하는 전문가들로 10명 정도의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가집니다. 그리고 기능적 측면의 세부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소위원회가 있습니다. 소위원회는 현장소통 소위원회, 정책, 지원제도 소위원회, 예술확산, 지역협력 소위원회, 재원확충 소위원회, 미래전략 소위원회 등 5개로 구성되어 각 장르를 관통하는 기능들에 대한 업무를 담당합니다. 

소위원회 위원들은 분야별 위원들이 소위원회에 한두 명씩 참여하고 그 외의 인사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분야별 위원들의 종합적 정책 수립을 돕는 역할을 합니다. 결국 다양한 채널의 현장 전문가들로부터 정책적 판단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며 정책을 협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새로 구성된 위원들의 경우 폭넓은 영역의 인사들로 구성되었다기보다는 블랙리스트 파동 이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명분이 앞서 친정부적 인사들로 편중된 구성을 보여 그 기능상 한계가 있어 보이기도 합니다. 

Q: 아르코의 여러 현안 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로 문예진흥기금 고갈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문예진흥기금의 재원 조성에 관한 의견을 말씀해주십시오.     

A: 아시는 바와 같이 1970년대 초기부터 문예진흥기금은 공연장이나 영화관, 고궁 입장료의 일정 비율을 떼어 조성되었고 그 조성된 기금의 이자수익을 통해 예술 활동을 지원해왔습니다. 하지만 2004년 이후 이 같은 기금조성 방식이 불법적이라 판단한 정부의 결정으로 이런 방식의 기금조성이 중단되었습니다. 많을 때는 5,000억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했지만, 기금중단 이후 적절한 대체 재원 개발이 여의치 않아 복권기금 등 타 기금으로부터 일부를 지원받아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는 방식을 취해왔죠. 그러던 와중에 노무현 정부 들어서서 예술 분야의 지원수요가 크게 늘자 적립금의 원금을 헐어 쓰기 시작하면서 급격한 재원 고갈의 노정을 걷게 되었죠. 

그동안 아르코는 기업의 기부금이나 크라우드펀드 등 다각적인 대체 재원 마련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실적은 여의치 않았습니다. 기금 고갈의 문제의 근본적 해결방법은 기금과 예산이 통합 관리되고 있는 정황을 고려할 때, 문화 정책적 차원에서 국가의 재원으로 문제를 해결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체광부에서 매년 500억원 정도의 국고를 기금으로 충당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좀 더 국가적 차원의 중장기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판 2 문예진흥기금 고갈 현황 
이미지 출처 - 동아일보 “고갈 앞둔 문예진흥기금, 체육-관광기금으로 채운다고?”
news.donga.com/Culture/more19/3/all/20170503/84182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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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나라도움 이미지



Q:『미술과 담론』에 기고하신 글 “왜 한국엔 세계적인 대가가 없는 걸까”에서 아르코와 유사한 문화예술 지원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을 통폐합해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요. 사실 이들 기관의 성격이 일부 겹치기는 하지만 현재 독자적인 기능 확보하기 위해 각 기관이 노력하고 있는데요. 기관 통폐합을 통해 어떤 점을 강조하고 싶으신가요.  

A: 근본적으로는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정책을 큰 틀에서 재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금과 별도로 국가가 직접 기금사업과 유사한 지원 사업을 펼치다 보니 문체부의 각 부서의 사업수행을 위해 부서마다 한두 개씩의 하부 기관들을 양산해 내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수행하는 일이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수행하는 일들을 아르코로 통합해 수행한다면 아르코의 기금고갈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와 아르코가 중복적으로 유사한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예산운용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일이니까요. 실제로 과거 아르코가 수행하던 시각예술 지원사업의 대부분을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수행하고 있죠. 

결국 국가가 기금으로 수행하던 일들의 영역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다는 이야긴데 이런 방향으로 나갈 거라면 차라리 아르코를 폐지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기관이 독자적 기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조건에 따라 사업수행의 경쟁력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예산 확보가 힘든 조직이 열세에 놓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큰 정부’의 정책 하에선 유사기관의 통폐합은 너무도 먼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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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나라도움 문제점



문화예술 지원정책 문제 짚어보기 

Q: 지원을 해야 하는 수요는 많은데 자원은 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지원 기관과 수혜자인 예술인들 사이에 그 본래의 취지와 무관하게도 모종의 갑을관계가 성립되어 있습니다. 지원 주체는 예술계의 구조와 지형, 현장의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데 이에 대해 협의하고, 문제점을 들을 수 있는 구조도 부재합니다. 또한 정책의 설계과정, 심사과정, 보조금 문제나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이 공개되지 않아 이를 파악하기도 어려운데요. 이러한 제도의 견고한 틀을 개선하기 위해서 정부와 예술가들은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죠. 정부의 재원이 예술가들의 모든 활동을 지원할 수 없는 것이다 보니 현장의 필요를 정책화한 범주 내에서 사업을 설정하고 그 정책 방향에 부합되는 사업들을 선정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지원상황이라 볼 수 있죠. 탁상행정을 막기 위해 현장 전문가들의 자문과 공청회, 세미나 등을 통해 현장의 의견들을 최대한 반영하며 사업의 의사결정자들과 심의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장의 수요와 요구를 완전하게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정부는 의사결정 과정의 합리성과 투명성이 강조되도록 사업을 관리할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개입하는 태도를 버려야 할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사태도 따지고 보면 지나친 정부의 개입에서 빚어진 문제이기 때문이죠. 특정세력을 배제하기 위해 심의위원 구성 등 심의과정을 작위적으로 불공정하게 운영한 것이 가장 커다란 문제였죠. 예술계가 자정적으로 제도를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사결정과정이나 심의위원 구성에 있어 편협한 시각을 가진 인사들은 최대한 금해야 합니다. 예술인들의 경우, 본인이 수혜를 못 받는다 하더라고 제도가 공정하다면 승복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예술인들이 지원금에만 목을 매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취약성 때문에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긴 하지만 정부지원금과 무관하게 자족적인 창작 활동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지원금에 의존도가 높을수록 지원금에 종속되게 되어 있으니 말이죠. 이를 위해서 정부는 예술가들의 활동이 존중받는 사회여건을 만드는 큰 틀의 노력을 기함으로써 예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예술가 개인들의 경제적 여건까지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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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미술진흥 중장기계획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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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미술진흥 중장기계획 (2)


Q: 말씀하신 대로 작가들이 창작의 원동력을 기금에 의존하게 되는 현상은 큰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이 기금으로부터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A: 제한된 재원만 바라보고 작업하는 것은 올바른 작가의 태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기금과 무관하게 진지한 작업을 하는 것이 예술과 예술가의 본령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지원기금은 작가들의 구휼을 위한 재원이 아니기 때문이죠. 좀 심한 이야기 같지만, 예술가가 되기로 작정했을 때,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가며 작업을 하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없지 않습니까? 기금이나 국가의 예산은 공적인 영역을 커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재원이기 때문에 공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경제적 문제로 인해 창작에 근원적인 제약을 받는 경우 지원이 필요한 일이지만 창작의 원동력을 기금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출발부터 잘못된 것이죠. 

최근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해 복지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는 창작과는 무관한 별도의 영역이죠.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예술가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가들이 힘들어도 정신적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좀 더 근원적이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예술가들이 협동조합을 만든다든지 공공레지던시의 단기적 입주 제한의 문제를 풀기위해 공동으로 투자한 자신들만의 작업실을 개발한다든지 좀 더 공적 기금의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의 자구노력을 기울이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 정황은 작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정부의 지원제도 역시 단순한 창작지원 방식을 넘어서 예술가들의 주택이나 작업실 마련 등에 세제 혜택을 도입하는 등 좀 더 입체적인 지원방안을 통해 창작기반여건을 다각도로 확충하는 방안과 창작활동의 여건을 활성화 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의 개발에 치중해야 할 것으로 봅니다.  

Q: 최근 국고보조금이 지원되는 모든 보조사업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정산 시스템인 ‘e-나라도움’에 관한 질문입니다. 이중·부정수급을 방지하고 정산 절차를 간소화한다는 명목으로 개발된 행정 시스템이 작업에 쏟는 비중 이상으로 단순한 서류 처리, 행정에 에너지를 쏟게 만들어 예술인들의 활동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 자체도 문제이지만 애초부터 기획재정부가 획일적으로 만든 탓에 문화예술계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공청회, 설명회도 없었습니다. 올 초 뒤늦게 문제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고, 일부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술인들의 사기를 저하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을 정당하게 사용하고 집행을 관리하는 점에 이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보조금을 눈먼 돈으로 알고 부정하게 지원받거나 부정하게 집행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관리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영역마다의 특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소액의 지원금을 정산하는데 더 많은 신경을 쓰게 하는 일은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취지의 본말이 전도된 것임엔 틀림없는 일이죠. 획일적인 행정 편의적 발상이 만들어낸 문제입니다. 

비근한 예로 문인들의 창작지원금 정산의 경우, 원고지나 볼펜구매 내용으로 정산할 수도 없고 때에 따라서는 창작 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식사나 음주의 경우, 이런 내용을 정산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처사이죠.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문인들의 창작지원은 지원금이 아닌 상금개념으로 지원하죠. 이 경우 별도의 정산이 필요 없습니다. 

이처럼 웬만한 소액의 창작지원금은 그간의 실적 등에 대한 상금 개념으로 처리하면 까다로운 정산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자부담의 경우도 기업에 대한 지원 사례를 기계적으로 모든 영역에 적용한 것으로 과감히 자부담에 대한 정산내용은 생략해도 좋을 것으로 봅니다. 어쨌든 너무나 기계적이며 획일적인 정산시스템이 예술가들의 창작 정신을 파괴하는 요소로 작동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도판 3, 4 ‘e-나라도움’ 
이미지 출처 - 경인일보 “['e-나라도움 도입 1년' 누구를 위한 시스템인가·(상)문화예술계 불만 여전]'e-나라도움' 받기 참 힘든 이 나라 예술인” 
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180205010001073

Q: 현재 예술인들의 창작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의무 지급하는 ‘미술작가 보수제도(아티스트피)’가 시범 운영되고 있습니다. 향후 사립미술관을 포함한 모든 미술전시사업자로까지 확대할 예정인데요. 이 제도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A: 전시의 경우 작가들의 작품을 임대하여 전시를 개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를 작가들의 창작 노동에 대한 대가로 지급한다는 발상은 좀 거북합니다.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급여를 전제로 한 노동행위라고 한다면 국가나 공공기관이 작가를 고용하여 급여를 전제로 노동시킨 결과가 되기 때문에 접근하는 방식이 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티스트피의 적정선을 위해 신진작가 월 270만원, 중견 원로작가 월 470만원 등 지급액에 차등을 두고 있는데 적정선의 기준도 좀 모호하기도 하구요. 

이 제도를 통해 불가피하게 전시기획 예산이 늘어나게 될 터인데, 공립의 경우는 예산이 확보되어 그나마 덜하겠지만 사립미술관이나 독립큐레이터들의 계획수행을 위해서는 전시추진 경비가 증가할 것입니다. 경비의 증액분을 정부가 반영하고 인정해 준다면 모를까 전체 예산 범위 내에서 증액분을 해소해야 하게 될 때는 결과적으로 좋은 전시 기획에 큰 제약이 될 소지도 있습니다. 특히 사립미술관이나 전시사업자들의 경우 재정압박이 심해서 좋은 전시 기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입니다. 당장 모든 곳에 아티스트피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고 국공립부터 제도화하면서 점진적으로 안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명칭도 작가급여 개념이 아닌 ‘작품임대료’ 정도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Q: 올 상반기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이 발표됐는데 아쉬운 부분은 없으신지요. 또한 국가 주도 지원정책의 공백은 없는지 이에 대한 의견도 말씀해주십시오.
 
A: 늘 새 정부가 들어서면 세우게 되는 의례적인 국가 주도형 정책일 뿐이죠.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절차상의 합리성을 확보한 잘 짜인 계획으로 외견상 부족한 부분이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꼼꼼히 뜯어보면 ‘미술로 행복한 삶’이란 정책목표부터 참 현장과 동떨어진 작위적인 워딩으로 느껴집니다. 불가피하게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추어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 봅니다. 국가 주도적 정책이 늘 그렇듯 예산을 투입하면 부족한 영역이 변화되고 발전되리라 생각하죠.
 
청년 일자리 창출이나 시장에 대한 개입 등이 정부의 정책 기조에 편승한 대표적인 발상으로 보입니다. 큰 틀에서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고민하면서 왜곡된 구조를 국제적 수준에 맞추는 방향성보다는 단기적인 정책 아이디어들이나 해외 사례의 벤치마킹 등 중장기보다는 단기적 처방 등을 다수 내포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발전시키고 시장을 확산시키고 중저가의 작품 유통을 강화하고, 국제무대에 홍보용 책자를 발간하고 등등…. 과거에도 많이 했던 정책들이죠. 효과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한국미술의 정체성과 수준을 높이는 일에 집중하면 향후 당연히 경쟁력을 가지게 될 터인데요. 제도적인 부분들만 다채롭게 논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한 논의는 범위 밖의 일로 여겨져 간단히 줄이겠습니다. 

도판 5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 

미술관 운영 및 중앙과 지역의 균형 

Q: 최근 미술관 운영에 중책을 맡으셨는데, 미술관 정책에서 특히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는지 궁금합니다.  

A: 중책이라기보다는 새로 출범하는 지자체의 작은 미술관의 운영을 맡은 것에 불과하지만, 국립이나 광역시의 공립미술관과는 차별화된 미술관의 모델을 구축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문화를 기반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미술관을 구상하며 이를 구현하는 전시와 프로그램 콘텐츠의 생산이 중심 과제죠. 

수원은 정조대왕과 화성(華城), 나혜석, 삼성전자 등 전통과 현대의 요소를 가지고 있어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전시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일에 주력하고자 합니다. 특히 화성(華城)의 경우 조선 후기 르네상스기의 문화적 정수 중 하나이니만큼 조선의 정신을 탐구하여 이를 한국미술의 정체성의 수준까지 구축해 내고 싶습니다. 나혜석이 보였던 여성주의 미술이나 삼성전자가 IT 기반의 융복합적 전시콘텐츠나 담론생산에도 관심이 있고요. 

Q: 문재인 정부 들어서고 ‘지역’이 강조되면서 지역 중심의 문화정책이 중요한 이슈로 등장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이에 대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A: 매우 중요한 이슈로 생각합니다. 중앙 집중적 획일적 가치보다는 주변부의 다양성의 가치가 통합되면 좀 더 다채로운 문화적 기반이 확충되기 때문이죠. 문재인 정부가 지역에 대한 강조를 단적으로 표명한 것은 ‘연방제 수준의 지역자치제’란 언급일 것입니다. 수준 높은 지역자치제를 추구하고자 선언한 것이지만, 실질적인 지역 중심의 문화정책을 제대로 구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대도시 집중 현상으로 중소도시나 농촌 지역의 문화가 소외되기 쉽지만, 재원의 배분상 주변부의 중소도시에 많은 재원이 할당되기 어려운 상황이죠. 

어쨌거나 지역의 독립적 문화정책 수행을 위한 가장 커다란 문제는 예산이고 여전히 중앙집중식 권력, 행정시스템이 걸림돌이죠. 지역주의의 지나친 폐쇄성 역시 문제입니다. 될 수 있는 대로 문제점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것이 과제인데요. 현재로선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되 중앙과 지역의 적절한 정책적 균형이 필요하리라 생각됩니다. 

Q: 이 밖에 미술 정책, 미술 행정에 관해 담론화해야 할 의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여러 가지가 많지만 오늘 인터뷰와 관계된 내용 중 떠오른 문제는 아르코의 독립성과 위상을 격상시키는 것에 관한 것입니다. 처음 문예진흥원에서 위원회로 전환될 때의 초심을 살려 문체부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치적으로도 독립된 현장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사결정기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시키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라고 봅니다. 명칭도 포괄적인 문화까지를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분야만을 다루는 기구로 지원 영역을 명확히 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아니면 일본처럼 ‘예술문화위원회’로 개칭하는 것도 좀 더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 봅니다. 

또한 미술 분야의 정점을 구성하는 주체를 미술관이라고 한다면, 미술관 소장품 제도가 좀 더 전문화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술관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관장의 직위와 큐레이터들의 전문성과 고용 안정화에 대해서도 반드시 논의되어야 합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의 임기가 3년으로 곧 만료되는데 이 짧은 기간 동안 미술관을 얼마나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요? 뭔가 구상을 해서 실현하려고 하면 그만두어야하는 형국이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요. 

현재 지역미술관마다 관장이 되고자하는 분들은 많은데 디렉터십에 대한 논의가 없다 보니 미술관운영 경험이 없는 작가나 비평가 등 미술과 관련된 인사라면 누구나 관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물론 못할 것은 없으나 디렉터십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면 그 자격요건이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관장이나 큐레이터들이 단기 계약직으로 미술관을 전전하게 하는 일은 미술관의 정체성 구축이나 노하우 축적에 치명적인 결함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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