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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미술의 논리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살아남을 수 있을까 

백 곤(미학/ 서울시 공공미술 학예연구사) 


1. 자연을 담아내는 기술 
영국 디자이너 그룹 트로이카(TROIKA)1) 가 ‘2010 디자인 마이애미’에서 처음 선보인 <Falling Light>는 전자적 빛을 통해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와 빗물의 동그란 파장을 재현한다. 전자적 빛이 자연의 비로 바뀌는 과정은 단순하지만 정교한 기계장치로 구현되었는데, 천장에 설치된 크리스탈이 붙어있는 크랭크축이 회전하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LED 빛을 바닥으로 떨어뜨려 파장을 만들고 각각의 빛의 주기와 세기, 속도에 따라 다르게 퍼지는 빛의 효과에 의해 마치 비가 내리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빛으로 표현된 <Falling Light>는 바닥표면에 빛으로 만들어진 빗방울이 각각의 파장으로 퍼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면서 공간 전체를 잔잔하고 서정적인 장소로 만든다. 특히 천장에 매달린 기계장치는 빛이 만들어지고 떨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더한다. 
 
<Falling Light>와 같이 감성적인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또 다른 작품은 2018년 5월 아랍 에미리트 샤르자 미술재단(Sharjah Art Foundation)이 알 마자라(Al Majarrah) 시에 영구 설치한 작품 <Rain Room>2) 이다. 2005년 랜덤 인터내셔널(Random international)을 창립한 한네스 코흐(Hannes Koch)와 플로리안 오르트클라스(Florian Ortkrass)는 전시장에 억수와 같은 비를 뿌렸다. 비는 2,500스퀘어피트(sqft, 약 70평) 천장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데, 관객들은 우산도 없이 빗속을 걸어 다닌다.

<Rain Room>은 옷이 젖지 않게 하면서도 관객들을 비가 내리는 공간 속에 머물러 있게 하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영화의 한 장면과도 같이 거리낌 없이 비가내리는 전시장을 활보하며 전시장에서 만난 자연의 비를 만끽한다. 이러한 경험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천장 주변에 배치된 3D 추적 카메라가 관객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천장에 있는 물 노즐의 센서 장치에 신호를 주어 빗속에 서 있는 사람의 주변 약 1.8미터 반경에 떨어지는 물 흐름을 멈추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 기술로 인해 관객들은 비를 전혀 맞지 않고, 빗속을 걷거나 뛰어다닐 수 있다. 이 특별한 경험을 위해 인터넷으로 사전예약을 해야 하는 수고와 한번에 6명만 들어갈 수 있는 긴 대기 줄을 관객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즐겁게 기다린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이 작품들은 기술을 통해 인간의 감각에 새로운 자극을 가져다준다. 그런데 이 두 작품은 미묘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Falling Light>가 시각적 효과를 통한 바닥이나 수면 위로 퍼지는 비의 파장을 경험하게 했다면, <Rain Room>은 실제의 빗물을 관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감각하게 한다.

즉, 기술을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가상의 우산을 쥐어주고 자연의 빗물 속을 걷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 것이다. 만약 이 새로운 기술이 확장된다면 우리는 이제 우산이 전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단지 공상일 뿐일까? 이것이 공상이 아니라면 우리는 <Rain Room>을 관람하기 위해 굳이 중동으로 가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빗속을 뛰어다니면서도 물이 젖지 않는 특별한 경험이 곧 현실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활용, 가상실재, 자율주행자동차와 인공지능, 로봇공학 등 4차 산업혁명의 혁신적인 물결 속으로 이미 들어와 있으며, 인류는 이 기술을 활용하여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경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1. Troika, Falling Light, 2010, swarovski crystal lenses.jpg

1. Troika, Falling Light, 2010, swarovski crystal lenses, LEDs, brass and aluminium, motors and controls, 10 x 5 m Persistent Illusions, Installation View, Daelim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4


2. Random International, Rain Room.jpg

2. Random International, Rain Room, 2012, Exhibited at Sharjah Art Foundation, 2018


디지털 기술의 시대, 이제 예술은 기본적으로 미디어아트가 되었다. 물론 회화와 조각 등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영역을 모두 미디어아트라 명명할 필요도 없으며, 이에 대한 비예술 · 반예술의 저항적 활동을 또 다시 할 필요도 없다. 디지털 기술과 매개하는 예술은 이미 디지털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더욱 더 풍부하고 예술적인 가상의 인터페이스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명명한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차차 검증의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이 혁명의 핵심은 모든 사물에 스며들어가 있는 데이터의 가상세계와 물리적 실체인 현실세계가 통합된다는 점에 있다. 

바로 가상물리시스템(Cyber Physical System)3) 의 세계가 도래한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결합된 가상의 인터페이스가 물리적 환경에 적용되어 <Rain Room>이 탄생하였고, 관객들은 가상의 기술에 의해 통제되는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머리로 인식하면서 신체로 직접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2. 확장된 가상현실 : 잠들지 않는 눈 

2011년 런던의 테이트갤러리, 뉴욕 메트로폴리탄 등 전 세계 17개 박물관, 미술관들과 협력하여 시작한 구글 ‘아트프로젝트(현 Google Arts & Culture)’는 전 세계의 명화와 작품들을 온라인을 통해 고해상도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가상미술관(Virtual Museum) 서비스이다. 이 프로젝트는 2012년 40개국 151개의 박물관, 갤러리, 기관들과 계약을 체결하였고, 현재 70개국 1,200곳 이상의 기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18개 언어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3. Google Art adn CultureStreet.jpg

3. Google Art adn CultureStreet



이 가상의 미술관은 슈퍼카메라로 촬영된 100기가 픽셀이 넘는 초고화질 이미지를 통해 작가의 붓 터치와 물감의 마티에르까지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한다. 또한 360도 회전이 되는 카메라 뷰로 미술관 투어 체험도 가능하다. 이 구글 ‘아츠 앤 컬쳐’는 방대한 미술작품을 테마, 작가, 화파, 역사적 사건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가상이지만 자신만의 이미지를 컬렉션하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할 수도 있다. 

비슷한 시기 이와 유사하게 영국에서는 21만개의 유화를 디지털화하고 BBC와 협력하여 ‘Your Paintings’이라는 웹 사이트를 개설하였다. 한편 국내에서는 2016년 ‘레벨나인’이 ‘프레스코로부터 가상현실까지’라는 가상미술관을 선보였다. 이러한 가상미술관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가상미술관은 관객들이 직접 미술관에 방문해야 하는 물리적 거리감을 좁히고 시간을 단축시키며,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확장된 디지털의 눈을 장착하게 해주었다. 이런 시각성은 맥루한의 예견대로 인간의 감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다시 말해 폭발적인 시각의 확장을 통해 원격현전(Telepresence)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 현전감(Presense)이야말로 디지털 시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 가상은 실재적 생동감을 위해 수많은 카메라를 우리의 삶 곳곳에 위치하게 하였다. 이 구글 ’아츠 앤 컬쳐’로 대변되는 가상미술관은 단지 예술작품과 관객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는 것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결코 잠들지 않는 카메라의 눈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 세계 속에 링크된 가상의 눈은 또한 모든 것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감도의 시각성 또한 획득하게 하였다. 사물인터넷(IoT)은 인간의 눈에 파놉티콘 감시 장치를 달아주었고, 그 감시 장치는 이제 인간 신체를 대체한 기계를 향하고 있으며, 인간은 기계신체에게 집안 청소를 시키고 음성언어로 명령을 내려 다양한 일들을 수행하게 한다. 이러한 환경을 미디어철학자 하르트만(Frank Hartman)은 ‘현실적 가상(Reale Virtualitat)’이라 불렀다. 그는 현실자체가 가상이기 때문에 가상현실을 허구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근대 철학자들이 실재 혹은 현실이라고 믿고 있는 현실 그대로의 세계 자체도 이미 하나의 가상적 세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4)

4. Google Deep Dream, A Vincent van Gogh, starry-night.jpg

4. Google Deep Dream, A Vincent van Gogh, starry-night


가상의 미술관을 돌아다니거나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는 현실세계는 실제 우리의 인식 저편으로, 이미 사라진 가상이 되었음을 우리는 매일매일 경험한다. 우리는 매트릭스 접속장치와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자전거를 한 대씩 모두 가지고 있다. 디지털 가상미술관의 카메라는 내가 그 장소로 들어가서 현전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눈 앞에 시뮬레이션화된 물리적인 초실재의 스크린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확장 될 것이다. 

최근 3D 프린터기기를 활용한 인공 눈(Bionic Eye) 시제품이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미네소타대학 연구팀이 반구형 표면 위에 감광체 세트를 3D 프린트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인공 눈이 완성된다면 이는 단지 의학 산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며, 카메라를 장착하여 이 현실적 가상의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 안으로 들어 올 것이다.5)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장면인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개개별 보행자에게 딱 맞는 소비상품을 제안하는 광고는 이미 우리들의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2013년 애플사가 공개한 비콘 서비스(Beacon Serves)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6) 은 공간 내비게이션 및 타깃을 분석하여 관객에게 맞는 공연 정보를 제안하고, 자동 체크인과 커뮤니티 등 빠르고 편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 몇몇 미술관은 스마트폰 앱을 활용하여 전시 정보 및 작품 설명을 각자의 휴대폰으로 송출하고 있다. 이러한 잠들지 않는 가상 카메라의 눈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가상의 기계 사이를 더욱 더 좁혀 하나가 되게 만든다. 


3. 인공지능 - 로보 사피엔스를 향하여 

슈밥이 밝힌 바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차세대 산업혁명으로 디지털과 생명공학, 물리학 등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것이 최대 과업이 되었다. 이 중에서 핵심기술은 바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1989년 IBM은 처음 개발한 체스 인공지능인 딥 쏘트(Deep Thought)의 실패 이후, 1996년 딥블루(Deep Blue)를 개발하여 당시 인간 체스챔피언이었던 가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상대로 값진 1승을 거두었으며, 1년 후 디퍼 블루(Deeper Blue)로 인간을 2승 3무 1패로 이겼다. 이후 벌어진 일들은 우리가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듯이 영국의 스타트업 기업인 딥 마인드(Deep Mind)를 인수한 구글이 2014년 개발을 시작하여 2015~2016년 프로토타입을 거쳐 2017년 인간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 마인드는 단지 인간과 체스나 바둑을 둬서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구글 CEO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는 “앞으로의 인공지능은 인류가 새로운 지시영역을 개척하고 진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구글의 인공지능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반의 스스로 학습법을 통해 환자를 치료한다거나, 신약개발, 기후변화 예측, 무인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과 결합된 인류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고 있다. 

더불어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고유한 영역인 예술분야까지 진출하여 그 능력을 검증받고 있다. 구글 딥 드림(Deep Dream)은 인간의 신경망을 이미지화 한 후 이를 빅데이터에 대입하여 추상화를 제작하였다. 제작된 추상화 29점은 9만7천달러(1억 6000만원에 팔리 기도 하였다.7) 2016년 4월에는 렘브란트미술관과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인공지능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를 공동 개발하여 렘브란트 화풍을 재현하는 초상화를 제작하였다. 또한 헤럴드 코헨(Harold Co-hen)이 개발한 인공지능 아론(AARON)은 인간의 신체구조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형태와 색상을 선택하여 창의적인 작품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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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The Tambourine Player, the Duck and the Flute Player created by Jacques de Vaucanson in a 18th-century pl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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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Lisa Park, blooming, 19ft(w)x13ft(h), Custom-made touch sensors, Microcontrollers, Heartrate sensors, Gesture tracking sensor, custom-programmed softwares, Projector screen, PC, 2018



그런가 하면 기존 작곡가들의 음악 데이터를 분석해 작곡하는 인공지능인 쿨리타(Kulitta)나 라무스(Lamus)는 단 몇 분 만에 새로운 오케스트라 한곡을 작곡한다. 또한 시나 소설을 쓰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샤오빙(Xiaobing)은 2017년 5월 세계 최초로 AI 시집인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The Sunshine Lost Windows』를 출간했다. 이처럼 인공지능은 인간의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기존에 인간이 해오던 활동들을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학습하며 당당하게 이를 수행하고 있다.8)

그렇다면 예술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18세기 자크 드 보캉송(Jacques de Vaucanson)이 제작한 플루트를 연주하는 자동인형(Flute Player)과 기계오리를 선보였다. 당시 볼테르(Voltaie)는 보캉송을 두고 ‘근대의 프로메테우스’라고 칭하였다.9) 그런데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외감을 넘어서 공포감을 느꼈다. 즉,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침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8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오토마타(automata)의 기계의 한계를 넘어선, 생각하는 자동기계인 인공지능을 보고 두려워하고 있을까? 로봇이 나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자부한 예술의 영역까지 넘보는 인공지능을 경계해야 할 것인가? 

19세기 중반 사진이 처음 발명되었을 때 몇몇 예술가들이 사진은 예술에 최악의 해를 끼칠것이라 생각하고 사진의 예술편입을 반대하는 탄원서에 적극 서명하였다. 그러나 이후 사진은 예술가를 재현의 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고, 예술가들에게 원근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제안할 수 있는 새로운 현대미술의 길을 열어주었다. 인공지능의 긍정성은 바로 인간의 창작활동에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의 핵심은 알고리즘(Algorithm)에 있다. 과학적 지식과 논리적 추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인공지능은 정보 분석에 따른 논리적, 추상적 사고능력을 가졌다. 이 창작의 알고리즘을 이해하면 인공지능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예술가에게 훌륭한 조력자나 동료가 된다. 알고리즘은 단순히 자동화를 위한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기계와 소통하는 하나의 양식이자 언어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을 반드시 사이보그 혹은 로봇과 연결시킬 필요가 없다. 어떠한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예술을 창작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어떻게 창발시킬 것인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계 미국인 미디어작가 리사 박(Lisa Park)은 2018년 4월 뉴저지의 마나미술관(MANA Contemporary)의 ‘오직 인간(Only Human)’이라는 주제의 전시에 <Blooming>이라는 작품을 출품하였다. 2~3명의 참가자가 서로 대화를 하고, 손을 잡거나 끌어안고 서로 포옹을 하는 신체적 접촉을 통해 심장박동수가 높아지면 실물 크기의 3D 벚꽃나무가 점점 꽃을 피우는 오디오-비주얼 인터렉티브 설치 작품이다.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면 꽃나무의 색이 짙어지고 느려지면 옅어지는데 손을 놓으면 꽃잎이 떨어지며 꽃이 피기 전 상태로 돌아간다.

관객들은 서로의 손을 오랫동안 잡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 나무가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장면을 황홀하게 감상한다. 작가는 “신체접촉은 인간의 첫 번째 감각이자 기억이고 서로를 이어준다.”고 말하며, 우리의 삶에서 인간 존재와 신체적 연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준다.10) 인공지능의 의미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욱 똑똑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생각하고 인간을 향하는 여러 예술적 활동들을 펼칠 때 진정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전에 우리는 인공지능 혹은 인공생명에 대한 윤리적인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7. Isaac Asimov, IRobot, 1961.jpg

7. Isaac Asimov, IRobot, 1961



4. 인공지능의 윤리 

강한 인공지능(Strong AI)은 스스로 지각력을 가지고 독립성을 가지는 인공지능이다. 이 강한 인공지능, 혹은 초 인공지능(Super AI)의 자율적인 의식의 생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이 1950년 사람과 기계가 서로 대화를 하여 기계가 사람을 속이면 성공하는 이미테이션 게임을 제안했다. 튜링 테스트라고 불리는 이 테스트는 기계가 심사위원 30%이상만 속이면 사람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음을 승인해준다. 몇십년 동안 수많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도전했지만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4년 슈퍼컴퓨터 유진 구스트만(Eugene Goostman)이 최초로 테스트를 통과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한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유진 구스트만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소년으로 설정되어 있었고, 모르는 것이 있어도 이해한 것이라고 오판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최초의 인공지능 테스트 통과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인공지능의 발달을 무조건 긍정하고 찬성만 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 로봇이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 속에서 인간에게 생명을 구걸하는 약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 커버넌트>에 나오는 초 인공지능 사이보그 데이비드(David)와 같이 자의식을 가지고 인간을 해치는 모습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러한 우려로 일부 과학자들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수준을 넘지 않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이미 70여 년 전의 이야기이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가 자신의 소설 『Liar』(1941)와 『Runround』(1942)에서 처음으로 로봇의 삼 원칙(threelaws of robotics)을 언급하였다.11) 이 원칙은 소설 속 2058년 미래사회를 위한 로봇 행동윤리강령으로 소설이긴 했지만 최초로 인간과 로봇의 공생관계를 상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7년 3월 9일 로봇산업정책포럼을 통해 지능형 로봇의 등장에 따른 문제에 대처하고, 사회 공익적 성격에서 로봇과 공존하고자 하는 발전적 의도에서 도입하고자 산업자원부에서 최초로 ‘로봇윤리헌장(Robot Ethics Charter)’을 발표하였으나 이후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로 인해 공식화되지는 못했다. 이 로봇윤리헌장은 로봇제작자와 사용자의 권리만 강조하여 지능형 로봇이 선택하는 판단과 행위들에 대한 책임소지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였다. 

이러한 강한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우려는 세계 각지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10년 AI연구를 지원하는 핵심 기구인 공학자연과학연구위원회(EPSRC)가 로봇 연구의 기본원칙을 내놓았다.12) 그런가 하면 2016년 9월에는 구글, 아마존, IBM,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모여 ‘인류와 사회 이익에 기여할 AI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주요 내용은 AI가 인간에게 유익해야 하며, AI 개발에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이다. 어쨌거나 이 원칙들은 인공지능 로봇 혹은 초 인공지능이 근 미래와 현재 우리 인간과 공생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게다가 마이크로
소프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자연어 처리(NPL, Natural Language Processing) 프로그램인 코타나(Cortana), 아마존의 알렉사(Alexa), 삼성전자 S보이스, 애플 시리(Siri),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tant), 스마트폰과 결합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빅스비(Bixby)의 개발과 사물인터넷의 연동은 이러한 인공지능 사회로의 빠른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5. 예술적 코딩을 위하여
 
미디어이론가인 캘리포니아대학교 마가렛 모스(Margaret Morse) 교수가 20여 년 전에 예견한 바대로 우리 인간은 이미 사이보그가 되었다.13) 우리의 신체에 달라붙어 있는 스마트폰은 가상신체를 너머 영혼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고 있기에, 우리는 이 가상의 물리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전자적 음식들을 먹어야 한다. “전자기계가 되기 위해 인간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마가렛 모스의 물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3차 산업혁명의 시대, 우리는 어떤 전자적 프로그래밍을 먹을 것인가가 중요했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전자적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떻게 어떤 조리법으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 것인지에 답해야 한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가상물리시스템을 잘 즐기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 먹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융합의 시대이다. 이 융합은 초연결성(Hyper Connected)14)을 통해 사람과 사물 미디어를 인터넷 인터페이스로 연결하고 물리적인 현실세계와 직접 매개한다. 그 매개는 목적론적 당위성이 아니라 즐거움과 유희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즐거움 거리를 만들기 위해 인간은 창의적인 콘텐츠를 고안해내야 한다. 그런데 이는 어렵지 않다. 단지 4차 산업혁명의 흐름에 적극적으로 몸을 맡기면 된다. 바로 예술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온 것이다. 

현 사회는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구매할 제품 생산과 판매에 관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가 가능한 개방공유 플랫폼이 이미 구축되어 있고, 이 플랫폼은 이용자의 상상력과 아이디어 개발에 직접 참여하여 새로운 창의적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 예술의 가능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12살에 비디오 게임을 개발하고 첫 벤처사업으로 오락실을 차렸고, 대학시절 자택에서 나이트 클럽을 운영하였다. 그가 화성 식민지에 집착하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괴짜 과학자이자 기업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가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노동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즐길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창조자이자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빌렘 플루서가 말한대로 상징을 가지고 노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의 삶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같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서는 현 시대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문화 코드를 만들어내야 하는데, 이것이 비단 디지털 코딩의 문제로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코딩을 하기 위해서 프로그래밍 언어인 코볼, 포트란, 어셈블리, 클리퍼, 씨플러스플러스, 델파이, 파워빌더, 비주얼베이직, 자바, 파이썬 등을 모두 배워야 할 것인가?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코딩과 알고리즘과 같은 컴퓨터 언어를 익히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전에 우리가 해 왔던 예술의 방식을 폐기해야 할 것으로 상정하지 않는 것이다.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양식들에서 디지털 기술들과 연결하고 연계 · 통합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러한 견지에서 평론가인 정장진은 그의 저서15) 에서 미술을 알아야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미술이 디지털 시대에서 그 어느 때보다 산업과 더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으며, 산업과 기술적 논리가 미술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미술은 미술이면서 동시에 엔터테인먼트이자 관광자원이며, 이벤트가 되었다고 보았다. 즉 즐거움의 기능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구겐하임미술관과 같이 건물 자체가 하나의 조각이 되고, TV와 UHD 고화질의 디스플레이가 만나 새로운 VR을 만들어내며 박물관과 미술관이 프랜차이즈 사업모델로 변화하고 있으며, 자동차와 광고, 영화 모두 미술과 융합하고 있기에 디지털 논리와 미술의 접점들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는 또한 미술의 논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미술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적극 수용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정신을 읽어내고 그 정신에 부합하는 예술적 의미들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처음 살펴보았던 작품 <Rain Room>으로 돌아가 보자. <Rain Room>은 기존의 예술사조나 미디어아트에서 보여 준 형상이나 개념을 증명하지 않는다. 예술가의 창조적인 독창성 또한 강조하지 않는다. 조용히 비를 내리고 관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예술적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태풍의 눈 한가운데 고요하게 실재하고 있는 인간과 자연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생산자이면서 관객의 행동을 소비하는 진정한 프로슈머인 미술작품은 관객들의 생각과 상상력을 적극적으로 창발시키면서 또한 수용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잠재적 인터페이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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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로이카(TROIKA)는 2003년 에바 루키(Eva Rucki), 코니 프리어(Conny Freyer), 세바스찬 노엘(Sebastien Noel)이 모여 만든 디자이너 그룹으로 조각, 디자인, 건축, 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험적인 작품과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을 융합하여 장소 경험을 통한 인간의 지각을 변화시킨다. 테이트 브리튼, 뉴욕현대미술관(MoMA) 및 2014년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를 개최하였다. 
2) 이 작품은 2012년 제작된 것으로 2013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전시하고, LA카운티미술관(LACMA)에 2015-2017년 설치, 전시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위키백과 참고.
3)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이민주 이엽 역, 『제4차 산업혁명 THE NEXT(Shaping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새로운 현재, 2018 참고. 
4) 김선영, 『예술로 읽는 4차 산업혁명』, 도서출판 별, 2018. p. 51.
5) 뉴스위크 2018.9.17. 기사 참고. 
6) 비콘(beacon)은 근거리에 있는 스마트 기기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필요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무선 통신 장치이다. 블루투스 비콘(Bluetooth Beacon)이라고도 한다. 근거리 무선 통신인 NFC가 10cm 이내의 근거리에서만 작동하는 반면, 비콘은 최대 50m 거리에서 작동할 수 있다. 비콘 기술을 이용하면 쇼핑센터, 음식점, 박물관, 미술관, 영화관, 야구장 등을 방문한 고객의 스마트폰에 할인 쿠폰이나 상세 설명 등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위키백과 참고 
7) 한국경제 등 인터넷 기사 참고.
8) 구글 위키백과 및 관련 인터넷 기사 참고.
9) 이 자동인형은 디드로와 달랑베르의 『백과사전』 첫째 권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자동인형인 ‘안드로이드(android)’라는 표제로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게이비우드,『살아있는 인형 인공생명의 창조, 그 욕망에 관한 이야기』, 김정주 역, 이제이북스, 2001, pp.50~51.
10) 리사 박 홈페이지(www.thelispark.com) 참고. 
11) 아시모프의 삼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로봇은 인간을 해쳐서도, 인간이 해를 입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둘째, 로봇은 첫 번째 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인간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셋째, 로봇은 첫 번째 법칙이나 두 번째 법칙과 상충하지 않는 한 스스로 존재를 보호해야 한다.
12) 로봇연구의 기본원칙 5가지. 1. 로봇은 다용도 도구이다. 로봇은 국가안보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간을 살상하거나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기 위하여, 혹은 그것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 2. 책임 있는 주체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다. 로봇은 기존의 법률과 프라이버시를 비롯한 인간의 기본권 및 자유를 보장하는 범위 안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3. 로봇은 생산품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져야 한다. 4. 로봇은 인공제작물이다. 약한 인간 사용자를 속이거나 착취할 목적으로 로봇을 만들면 안 되며, 로봇의 기계적 특성이 명확히 드러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5. 로봇마다 법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 누구인지 분명하게 지정되어야 한다. 토비 월시, 이기동 역, 『AI의 미래 생각하는 기계』, 도서출판 프리뷰, 2018, pp. 156-157.
13) 마가렛 모스, “사이보그는 무엇을 먹는가? 정보사회의 구강논리학 What do Cybors eat? Oral Logic in an Information Age,” (1994) ; 홍성태 엮음, 『사이보그, 사이버컬처』, 문화과학사, 2000. 
14) 존 프레딧(John Fredette)은 4차 산업혁명이 3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과 바이오산업, 물리학 등의 경계를 넘어 융합하는 혁명으로 초융합, 초연결성을 가진다고 보았다. 초연결 사회는 사람, 사물, 미디어 등의 모든 것들이 네트워크, 인터넷으로 연결된 사회를 뜻한다. 변재웅, 4차 산업혁명이 문화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문화산업연구, 2017, p. 110. 재인용. 
15) 정장진, 『4차 산업 혁명의 전제 미술을 알아야 산다』, 미메시스, 2018.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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