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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페미니즘 미술은 어떤 모습으로 도래할 것인가

 

김최은영(경희대학교 미술대학 겸임교수)

 


4차 산업은 익숙해지고 있다. 영상통화를 하고 인공지능에게 날씨를 물어보는 일은 일상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잇고 있는 많은 전망들과 정책기구들, 언론, 학계, 단체 등은 이를 인용하고 새로운 모색을 찾는다. 이것은 생존하기 위한 궁여지책이 아닌 살아있는 환경에서 스스로 그러해지는 자연스러움이다. 페미니즘도 이와 같다. 4차 산업이라는 키워드를 따라 가거나 쫓기 위한 궁리가 아닌 시대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명제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에 도래한 것뿐이다. 대부분의 학문과 예술 영역에서 아직 4차 산업과 각각의 전문성에 대한 알고리즘이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페미니즘 미술 역시 이제 그 연결고리에 대한 출발선에 있다.

 

시대마다 새로운 명제는 등장한다.

 

궤적과 시대의 단어, 페미니즘; 1970,1980년대

페미니즘 미술은 기본적으로 여성과 여성미술이 타자로 인식되는 성차별 문화와 남성중심의 화단에 대한 비판에서 비롯되며, 그것은 결국 대표적 남성 양식인 모더니즘에 대한 비판과 거부로 귀결된다. 한국 페미니즘 미술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뒤늦게 출현하고 미온적인 형태로 전개되었으나, 그 역시 모더니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 프랑스와 미국 유학파들에 의해 전래된 이래 한국 화단에서도 가장 지배적인 양식으로 군림한 모더니즘 미술은 60, 70년대를 통하여 엥포르멜, 모노크롬, 기하추상 등의 추상 양식을 성행시켰다. 1970년대 초에 결성된 표현그룹이나 80년대 중반에 발족된 [도판1]민중미술 계열의 여성미술 연구회의 활동은 각기 접근 방법과 태도는 달랐지만 결국 이러한 모더니즘 추상화에 대한 여성적 대응에 다름 아니었다.1) 인용한 김홍희 미술평론가의 글에서 여성적 대응이란 창작 기법의 방법을 말하고 있다. 천과 바느질과 같은 젠더적 성향이 강한 오브제와 기예, 그리고 자매애와 구분하지 쉽지 않은 공동체 의식을 일컫는 용어로 해석된다. 이후 80년대 후반 본격적인 페미니즘 미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전시 <여성과 현실, 무엇을 보는가>에서는 부계적 예술, 서구로부터 수입된 외래미술이 모더니즘이라는 점을 견지한 채 반모더니즘 입지를 공고히 하는 페미니즘 예술이 등장한다. 생활과 분리되지 않고 엘리트주의적 관점의 순수예술과 고급예술을 거부하면서 하층 계급의 여성문제, 성의 문제를 주로 다룬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도판2]때문에 페미니즘 미술가의 모습이라기 보다 여성운동의 성격이 더 부여된 여성민중미술로 읽히는 한계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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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1-1. 10월모임 II, 노동하고 창조하는 우주여자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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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1-2 김인순_평등을향하여



뉴미디어, 테크놀로지, 광고와 만난 페미니즘; 1990년대

1990년대에는 해체주의에 입각한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정치사회적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작업들을 쏟아냈다. 문화적 해석으로서의 젠더 역할에 주목하면서 부계사회 속에서 구축된 여성의 이미지를 시각예술로 접근하면서 다뤘고 뉴미디어, 사진, 광고, 만화 등 대중매체를 활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도판3]또한 뉴미디어, 광고, 영화 등 매체에서 다뤄지는 여성의 이미지에 대한 반론과 파생되는 사회적 역할에 대항하는 작업물을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된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배제하고 본다면 일종의 새로운 기술에 의해 발전된 도구를 활용한 매체실험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영역은 페미니즘의 발언하고자 하는 바와 잘 맞아떨어지면서 새로운 페미니즘 시각예술가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에서 소통의 방식까지 확장된 고를 스스로 개척하였다. 대중소비사회 그리고 뉴미디어와 만난 페미니즘은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섹스, 젠더, 신체 등 동시대 포스모더니즘 이슈를 다뤘다. 특히 [도판4]이불의 <낙태> 퍼포먼스와 [도판5]김수자의 <보따리> 설치, [도판6]민영순의 반전사진 등은 구조와 권력, 여성의 억압과 신체 고통을 새로운 매체를 통해 드러내고 이주와 이동, 기존 이념의 해체 등의 당대 이슈와 태도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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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판2-여성과 현실전

 도판3. 서숙진, 행복한 여자, 천위에 콜라주, 1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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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4. 이불, 낙태, 퍼포먼스,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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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5. 김수자,보따리,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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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6.민영순, 결정적 순간들, 1992


, 글로벌, 노마딕 그리고 페미니즘; 2000년대 이후

2000년대 이후 한국미술, 한국 페미니즘 미술은 단순한 시대적 매체의 기술 발전을 넘어 대안공간, 레지던시, 독립 큐레이터 등 또 다른 새로운 현상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현상은 노마디즘과 글로벌리즘 등 역시 새로운 뉴(new)들을 다루고 있었다. 페미니즘 미술 역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 송상희의 [도판7]<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 _ 바른 자세로 앉기> 2001년 작품의 경우 당대예술과 당대페미니즘이 잘 부합된 작품으로서 이전 페미니즘을 다룬 세대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시작했다. [도판8]<여성국극아카이브>로 대표되는 정은영의 작품 역시 이전 세대와는 다른 지점에서 젠더와 여성역할을 기록했고 성의 정치학까지 진일보한 페미니즘 미술을 제공했다. 그리고 이들은 그러한 작업물을 새로운 기술과 기법, 뉴미디어, 다채널 등 다양한 기술적 확장을 통해 적절하고 현명하게 구현해 내고 있다. 2010년 이후 페미니즘 작가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채널로 페미니즘 미술을 드러내고 실험하고 있다. 2016[도판9]<불편한 고리들: 폭력의 예감> 전시는 여성 폭력에 대한 다섯 가지 작가적 시선을 제시했고, 2018년 합정지구의 [도판10]<미러의미러의미러 Mirrors of Mirrors of irrors>는 포스트-인터넷 시대 트위터, 유투브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서브컬쳐를 적극 생산, 포착, 향유하는 젊은 세대들의 작업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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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7. 송상희, 착한 딸이 되기 위한 몸짓 _ 바른 자세로 앉기, C-print,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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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8-정은영, 여성국극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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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9. 여성 폭력에 대한 다섯 가지 작가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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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10. 미러의미러의미러



시대마다 새로운 명제는 등장한다.- 페미니즘 미술도 그러하다.

 

1990년대 이후 페미니즘 미술의 새로운 아트씬이 등장한 것은 시대적 흐름, 그러니까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보편적인 대중이 사용하는 기기 혹은 시스템의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붓에서 마우스로 시각예술가의 도구가 자연스럽게 바뀐 것과 차이가 없다. 다만 주지할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 성의 상품화 등 기존의 문제와 새롭게 등장한 이슈들에 대해 페미니즘 시각예술가들은 보통의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말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당대에서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당대의 매체로 발언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요즘 부각되고 있는 페미니즘과 4차 산업에 대한 연구들은 페미니즘 1세대로 부를 수 있는 70년대 페미니즘 미술의 특징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 4차 산업과 페미니즘에 대한 얼개를 이야기하면서 가장 대표성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4차 산업과의 관계성이다. 하위 계층, 가장 지근거리에 있고 가시적인 문제로 비춰지지만 아직 추상화 과정과 여러 겹의 사유는 정립되지 못한 지점으로 보인다. 물론 4차 산업으로 인해 노동 시장의 문제는 여성의 문제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초보적인 기준점에서의 여성노동, 가사노동의 가치와 여성의 노동해방을 굳이 4차 산업까지 언급하며 가져와야할 담론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되짚어 생각해보아야 할 지점으로 보인다.

 

페미니즘 미술은 다른 여타의 학문이나 예술과 마찬가지로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문맥 속에서 읽어야 하며 유형과 한계 역시 이러한 선행으로 규정되어야 한다. 4차 산업은 페미니즘을 먼저 건드리거나 자극하여 어떤 예술을 촉발시켰다기 보다는 4차 산업의 도래 후 파생되는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 페미니즘적 쟁점들을 통해 페니미즘 미술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국면을 수순으로 맞이할 것이다. 이것이 구현하는 매체와 함께. 그것을 향유하는 동시대 사람들에게 말이다. 다만 바라건대 긴 세월의 선행학습을 통해 페미니즘 미술은 당면 과제보다는 한 발 나아간 고민을 조금만 서둘러 하고 가길 바래본다. 4차 산업이후 페미니즘 미술 혹은 페미니즘 미술가의 모습이 여성작가일지, 액티비스트일지, 새로운 수식어가 붙은 페미니스트 일지 말이다.

 

 



1) 김홍희 「한국 여성미술의 현황: 여성작가 • 액티비스트 • 페미니스트」, ()예술경영지원센터 세미나 자료집 인용 




*본 원고는 2019 ()예술경영지원센터 <다시, 바로, 함께, 한국미술_한국 페미니즘 미술의 확장성과 역할> 세미나에서 발제한 김홍희 미술평론가의 글과 발표를 텍스트 삼아 작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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